평소와 달리 짙은 색깔의 비지니스 수트를 입은 프로젝트 수행원들은 자신들의 노트북과 서류폴더를 챙겨 TF룸을 나선다. 5명의 남자들은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8개의 엘리베이터 중 한 군데에 일렬로 섰다. 긴장된 표정에서 풍기는 침묵의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엘리베이터는 임원회의실이 위치한 8층에서 멈췄다. 오늘은 국내 5대기업 중 하나인 OO그룹의 임원회의실에서 웹사이트 구축 전략기획과 디자인 시안 프리젠테이션이 있는 날이다. 임원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이사진들이 앉아 있을 법한 진갈색의 마호가니 회의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두껍게 깔려진 바닥의 카페트가 발자국 소리를 모두 빨아들여 회의실의 고요함은 더 크게 느껴진다. 최신식으로 세팅된 프리젠테이션 장비들이 눈에 띄인다. 현업부서의...

내 코로 들어온 삼겹살의 향기는 호흡기관을 통해 뇌로 올라가 내 머리 속에서 한 편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판 위에는 삼겹살을 굽기 위해 놓여진 커다란 솥뚜껑이 보입니다. 돼지고기 특유의 멋진 마블링 빛깔이 담긴 삼겹살이 커다란 쟁반접시에 날라져 옵니다. 삼겹살을 솥뚜껑 위에 올렸을 때 나는 치익~하는 소리는 절로 탄성을 유발합니다. 고기가 점차 노랗게 익어가면서 촉촉한 기름이 배어 나옵니다. 고기가 익어가는 향기는 점점 나를 흥분시킵니다. 이때 묵은지 김치를 솥뚜껑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마늘과 함께 버섯도 올립니다. 묵은지 김치가 삼겹살 기름에 노릇하게 익어갑니다. 바삭하게 익은 삼겹살을 상추에 올려 놓고, 침을 살짝 고이게 하는 새콤한 파무침도 같이 상추에 올립니다. 한 손에는 고기쌈을...

하지만 나는 울지도, 뒤돌아서지도 않습니다. 일단 갈림길에 앉아 잠시 쉬거나, 아니면 한숨 잠에 듭니다. 그러다 걸어갈 만한 길을 골라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길을 가다가 혹여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는 나무로 기어올라갑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주린 배를 달래다 못해 자리를 떠나간 뒤 나무에서 내려옵니다. 만일 호랑이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면, 나 역시 나무 위에서 굶어죽을때까지 기다립니다.” (소년의 눈물 중에서) * 일전에 시들어가는 내 자신에 대한 감상을 글로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그들은 내 슬럼프에 대해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했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로...

학교 운동장이 가까워질수록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아이유의 노래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학교 주변에 심어진 벚꽃나무들은 살랑거리는 바람 때문에 꽃잎들을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학교입구 주변에는 내가 어렸을 때 그랬듯이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들이 있었고 불량식품을 파는 상인들도 자판을 벌려놓고 아이들을 꾀고 있었습니다. 흰색으로 똑같은 학교 운동복을 입은 초등학생들이 운동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스피커에는 교감선생님의 지시가 마이크로 울렸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는 듯 했습니다. 운동장에는 만국기들이 봄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운동장 스탠드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찾으려고 손을 흔들었고 카메라로 연일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나는 학부모의 자격으로 내 아들의 첫 운동회에 참석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지만, 파블로의 개가 그랬듯, 조건반사처럼 일어나자마자 자동으로 의자에 앉아 맥북의 키보드를 두드려야 한다는 생각은 머리 속에서만 맴돌 뿐이었습니다. 2초의 고민도 없이 머리 위로 이불을 끌어다 다시 잠을 청합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첫째 아들 제라드는 학교로, 둘째 아들 카카는 유치원으로 아내는 직장을 향해 출근을 하고 난 후 거실 풍경은 조용하고 휑했습니다. 그 풍광이 내 마음의 상태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잘 챙겨먹던 아침도 시큰둥해졌습니다. 포트에 물을 끓여 컵스프 한 컵과 우유 한 잔으로 대충 때워버립니다. 식사를 마치자 간단히 세수만 하고 내 방에 있는 컴퓨터 책상으로 향합니다. 의자에 앉아 한 참을 멍하게 검은 모니터 화면을 바라봅니다. 잡생각도 나지...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상업지구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상업지구라함은 대규모 상권이 위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실상은 휘황찬란한 간판들로 치장된 유흥업소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출퇴근길에는 항상 이 상업지구를 통과해야 합니다. 야근 후, 돌아오는 퇴근길 뿐만 아니라 아침 출근길에 이 상업지구에서 만취상태인 남녀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첫째 아들, 제라드를 등교시키는 일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는 제라드를 깨워 옷을 입히고 가방을 챙겨 대문을 나섭니다. 아들 제라드와 함께 아파트 단지를 걷는 기분은 나를 행복감에 젖게 합니다. 제라드가 좋아하는 빵을 사기 위해 우리는 빵가게로 향합니다. 좋아하는 빵을 사고 가게를 나서면서 사장님에게 배꼽인사를 건네는...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 건 작년 2월부터였습니다. 지금이 3월이니까, 약 1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매주 3일 이상 운동을 목표로 했고 운동 한 날을 스마트폰에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매월 말에 그 기록들을 살펴보고 마음을 다시 잡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들 모두는 작심삼일이었지만 이 운동은 신기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 덕분에 체형이 많이 달라졌고, 근육량도 늘었으며 기초대사량도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체지방이 많이 줄었습니다. 덕분에 좀 더 자신감 있는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옷에 대한 욕심도 생겼구요. 내겐 이 사실이 큰 만족이자 보상입니다. 내게 어울리는, 나를 멋지게 보여주는 옷을 입을 때마다 운동에 대한 만족을 느낍니다. 글을 쓰며 운동을 시작한 동기를...

* “어제의 그가 아닌 오늘의 그로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와우 첫 수업때 팀장님이 당부주신 말입니다. 원래 이 말은 사람은 성장하고 변화하니 우리가 알고 있던 생각으로 그로 재단하지 말라는 말씀이셨지만 관계에 있어 이 말이 주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여 이 글을 써 봅니다. 나는 타인과 관계를 맺어갈 때 그 사람의 성향과 기질을 보곤 합니다. 상대가 가진 성향과 기질이 나와 비슷하거나 나를 좋아해준다면 그 친밀한 관계는 급속히 진전됩니다. 내가 갖지 못한 기질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그에게 빠져 그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고 상대가 가진 매력의 향에 취할 때도 그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요. 이런 나의 열망에 대해 나와 상대가 마음을 열고 관계라는 꽃을 피워갈 때 흐뭇함과 기쁨은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