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기대수준 그리고 받아들임

*
“어제의 그가 아닌 오늘의 그로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와우 첫 수업때 팀장님이 당부주신 말입니다.
원래 이 말은
사람은 성장하고 변화하니 우리가 알고 있던 생각으로
그로 재단하지 말라는 말씀이셨지만 관계에 있어
이 말이 주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여 이 글을 써 봅니다.

나는 타인과 관계를 맺어갈 때 그 사람의 성향과 기질을 보곤 합니다.
상대가 가진 성향과 기질이 나와 비슷하거나 나를 좋아해준다면
그 친밀한 관계는 급속히 진전됩니다.

내가 갖지 못한 기질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그에게 빠져 그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고
상대가 가진 매력의 향에 취할 때도 그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요.
이런 나의 열망에 대해 나와 상대가 마음을 열고
관계라는 꽃을 피워갈 때 흐뭇함과 기쁨은 나를 아주 행복하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살아가다보면
나는 그들에게 실망하게 되고, 그들 역시 나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오늘은 내가 그들에게 실망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좋았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상대에 대한 감정이 썰물처럼 급속하게 빠져나가
그에 대한 애정이 사라질때가 종종 있습니다.

더 이상 그가 보고 싶지 않고,
그와 함께하고 싶지 않으며,
관계가 다시 복원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자
나는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피상적인 관계 혹은 사회적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일은 대수롭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도
계속해서 관계의 단절이 생긴다면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망하기 전이나 실망한 후나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변한 건 없고 변한 게 있다면 내 마음이 변했을 뿐입니다.
내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나 봅니다.

사람인지라 대상에게 바라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문제는 그 대상에 대한 기대를
내 수준에서 생각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성취하는 자아가 주는 영향력이
관계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기대수준이 높고,
가정에서도 배우자에 대한 기대와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내 기준에서 상대를 대하다 보니
관계에서 갈등을 많이 겪게 되었던 것이지요.

“어제의 그가 아닌 오늘의 그로 보아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또 다른 의미를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더 많고 높은 수준을 상대에게 기대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 혼자서.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하면 내 자신의 기대수준을 상대에게 적용하지 않고 편안하게 내려 놓을지,
요즘 새롭게 등장한 나의 화두입니다.

*
나는 항상 <닥치고 실행>을 주위에 이야기 하곤 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예외가 없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또 검증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지난 날의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나
이제는 다 집어치우고 무조건 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 그 실천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이론을 통해 들여다보는 프로세스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관계에서는 이 <닥치고 실행>이 참 힘듭니다.
쉽게 되질 않아요.
뭘 해야할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습니다.
참 답답합니다.
(MBTI의 결과를 일반화시켜 말하기를 싫어하지만 검사에서 나온 나의 가장 열등기질은 관계입니다)

나는 일부 관계에서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고,
일부 대상들에게 실망감을 갖고 있는 중입니다.
나는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성찰들을 통해 내가 비틀거리고 있는 관계들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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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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