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간을 쏟는 것들

앨릭 매켄지가 쓴 <타임전략>에서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시간 사용내역서를 써보라고 조언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얼마나 허투루쓰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 사용내역서는 내가 시간을 어느 곳에 쓰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해준다.
<타임전략>의 저자는 시간 사용내역서가 단순히 생산성의 향상/증대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더 행복한 생활을 삶을 창조해 나가는데 있다고 말한다.

요즘 나는 어떤 곳에 시간을 주고 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감에 젖는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의 선생님이 나와 내 친구들에게
‘어떤 것들이 행복을 정의하는가?’라고 물으신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행복에 관한 정의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을 더 크고 넓게 느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올해 내게는 다양한 색깔과 방향성을 지닌 시간보내기 활동들이 생겼다.
사람들은 그걸 취미라고 말한다.
나는 그 취미들에 시간을 쏟고, 그 시간들은 내게 기쁨을 가져다 준다.

01 싸이클.
생각해보면 나는 은근히 속도감을 느끼는 취미를 즐겨왔던듯 싶다.
내 청춘을 함께 했던 스노우보딩도 그랬고 사회초년생때 다녔던 수영도 그랬다.
지금은 멋진 서울의 야경을 뒤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내달리는 싸이클이 즐겁다.

불편하고 딱딱한 싸이클 안장이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4~5시간을 타도 무리가 없다.
끊임없는 페달링을 통한 내 허벅지가 두꺼워지면 두꺼워질수록 나는 묘한 성취적 쾌감을 느낀다.

02 레고.
직장생활의 극심한 스트레스는 유일하게 나를 시들게 한다.
(덕분에 나는 점점 더 머리가 빠지고 있는데, 그 사실조차 나를 시들게 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머리 속을 진공상태처럼 깨끗히 비우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런 잡 생각 없이 딱 하나에 몰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의 FLOW의 상태를 경험하고 싶을 때 나는 책장에 수납된 레고박스를 꺼내든다.

방안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스탠드를 켜고 조용히 책상에 앉아
3,000개 이상의 손톱만한 블럭들을 조립할 때면 어느새 나는 FLOW 상태를 경험한다.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이 행위르 할 때면 나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완성된 그 조립결과물은 선반에 놓고 나서
복잡함이 가득한 일상으로 나는 복귀한다.

03 웨이트 트레이닝.
뜨뜨미지근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이 어느 시점이 지나자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나는 더 몰입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강도 높은 운동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바꾸었는데
그 효과가 주효했나보다.
무거운 무게를 반복해 들어올릴 때, 자극되는 근육의 통증은 묘한 기쁨을 느끼게 한다.
운동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섰을 때 통증이 없으면 오히려 서운한 마음마저 든다.

‘운동을 덜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니까.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동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반복과 집중을 요하는 다이나믹함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다.
(나중에는 이 반대되는 요가와 명상을 해보고 싶은 끌림이 있다)

04 글쓰기.
이전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내 삶의 방식과 전혀 맞을 것 같지 않던 새로운 취미, 글쓰기.
글이 주는 완성도와 독자를 염두해 둔 목적의식을 이미 내려놓은지 오래다.
새까만 맥북 화면에 키보드를 두드려 내 생각들을 활자로 적어 내는 이 행위가 즐겁다.

무엇을 쓸지는 중요하지 않고 정해져 있지도 않다.
그저 내가 하루하루 삶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했고 대화했던 내용들이라면
어느 것도 관계없이 내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작가가 되기 위한 목적이나 언제까지 책을 발간해야겠다는 목표가 없어서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새로운 행복감을 발견하게 해 준 고요한 활동, 책쓰기
내가 최근에 시간을 주고 있는 것들을 글로 쓰며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모두가 방향성도 다르고 에너지도 다르며 활동방식도 각각이어서 더 재미가 난다.
느림의 미학도 배우지만 그렇다고 빠름이 주는 그 쾌감도 즐길 줄 아는 남자가 되고 싶고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깊이를 놓치지 않는 성숙함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실력에서는 깊고 깊은 전문성을 추구하지만
인격적인 면에서는 균형을 쫒는 이상적인 기질과 성품이 학습되길 원한다.

이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더 오래 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나는 시간사용내역서를 써본다.
쓸데없는 시간을 쓴 것은 아닌지를 뒤돌아보기위해.
그리고 앞으로 잡힌 일정들을 재검토 해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하루를 마감한다.

– 무의미한 사회관계에서의 술자리
– 단순한 쾌락을 위한 습관적 행동들
– 아무 생각없이 꺼내든 스마트폰의 오락과 웹 서핑
–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게으름.

이것들은 행복감이 아닌 자책감을 들게 하는 방해요인들이다.
이 방해요인들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샌가 나를 조용히 원 상태로 되돌려 놓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강력한 무기의 이름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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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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