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1.
글쓰기라는 것은
작가라는 사회적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명함직책을 달고 싶어하는 속물들의 재수없는 지적 코스프레행위.
이 문장이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나의 선입견이었다.
(용어가 다소 과했지만 진솔하게 쓰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적었고 이 역시 나의 색깔이니 너무 격하게 반응하지 마시길..)

글쓰기를 배운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지적허영심일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글쓰기를 배워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회사동료와의 이메일을 주고 받기 위해서?)

그렇기에 유니컨이라는 비싼 교육과정 중 하나로
글쓰기가 들어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끌림이 반감된 건 사실이었다.
정작 글쓰기 수업이 진행 될때도 알지 못했던 재미를 이제서야 느낀다.

나홀로 하루하루 적어나갔던 모닝페이지와
<마법의 주문, 닥치고 실행>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10편의 글을 써야했던 팀블로그의 연습을 통해
나는 글쓰기라는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며 떠올랐던 생각들을 글로 써보는 <진솔한 글쓰기>는 자유로와서 좋고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재미읽게 읽혀질 수 있을까?’를 쓰는 <팀블로그>는 글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 좋다.

오늘도 퇴근길에 카페에 잠깐 들러 맥북을 켠다.
글쓰기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자마자
새까만 화면에 노란색 커서만이 깜빡이며, 주인님이 키보드에 손을 얹기를 기다리고 있다.
탁탁탁이라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글자들이 화면들을 채운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글을 써간다.
모니터에 많은 글들이 채워지고 나서야 내가 플로 라이팅에 빠져있었음을 깨닫는다.
글의 수준을 떠나 글을 쓰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이
고상한 척을 하려는 지적 허영심일뿐이라는 한때의 생각을 부끄럽게 만든다.

캠핑을 가서 모닥불 옆 해먹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크레딧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밤늦은 시간에 퇴근해 두 아이들이 새끈새끈하게 자는 얼굴을 보면서,
행복감을 주는 물건들의 소중함을 깨달을때 마다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말해줄, 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겨났다.
글쓰기라는 즐거움.

 

2.
책을 읽는다는 것 역시 글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남보다 아는 게 많아야 하고, 똑똑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내 무의식에 숨겨져 있었다.
생산성 향상과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우월의식이 독서의 1차 목적이었음을 고백한다.

유니컨에서의 수업축제가 그다지 쉽진 않았다.
가끔 어려운 책들이 선정될 때, 여지없이 핵심 메시지 파악에 실패하곤 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주관적 독서에 편향되었는가를 반성하게 되는데
그 좌절감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괴이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의무감으로 책을 가지고 다닐 때가 있다.

비록 읽지는 않아도 항상 손에는 책이 있어야 언제든 읽을 수 있다라는 실천지침을 행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도 그때일뿐 그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나를 비참하게 한다.
어느 날 캠핑을 가게 되었을 때, 집어 들었던 그 책 한 권이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었다.
캠핑 주말 내내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서 보냈었으니까.

그 이후부터 나는 그 동안 멀리했던 소설류와 문학들을 집어들었고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에서 의무감으로 읽었던 책들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집어들게 된다.
‘어깨에 힘을 빼고 던져라’라는 투수코치의 말이 이 상황에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말일까?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목적의식 없이
순수한 그 행위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더니 더 몰입을 할 수 있게 된 요즘인데
물질이 주는 즐거움, 육체적 행위를 통한 즐거움(운동)과는 또 다른 쏠쏠한 즐거움이다.

사람들에게 말해줄, 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겨났다.
책읽기라는 즐거움.

About the author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Add comment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Categories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