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이는 실력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위한 프로필란에 ’13년 경력/고급’이라고 채워져 있다.
세상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내 실력을 측정하고 있으나
내 실력이 <고급>이라는 단어에 걸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지금이나 여전하다.
지나치게 자신을 객관화하려는 내 기질의 산물이다.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마다 나는 두려움이 앞선다.
더 크고 체계적인 조직에 다니고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점점 규모가 커져만 가는 TFT에 대한 통솔.
또 다시 등장한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이해도.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쑥쑥자라기는 커녕
앞으로도 계속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먼저다.

오늘은 기술관련 이슈회의가 있는 날이다.
서로의 이름과 소속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지만
공통의 목적을 가진채로 어느 캄캄한 방에 모인 수많은 시선들은 프로젝트 화면을 향해 보고 있다.

뒷늦게 투입이 된지라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
뒷자리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듣는다.
1시간 이상을 듣다보니 이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그들의 역량을 가늠하기 위한 촉이 스믈스물 꿈틀거리기 시작함을 느낀다.

회의를 주재하는 영향력 있는 리더의 모습에서,
높은 직책이 인쇄된 명함을 가진 그들이 안건에 대해 토의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는 걸 느낀다.

순간 나도 모르는 낯섬에 당황스러웠지만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금새 감정이 변화되었다.
전문성은 내 이두근육처럼 부풀지 않으니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알 수 없고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커다란 바벨을 들 수 없을지 모르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의 싹은 자랄리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드는 그 바벨을 들지 못하는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다른지를 보는 눈만큼은 확실히 생긴 것 같다.
거기서부터 자기신뢰를 위한 베이스 캠프를 차려야 할 것 같다.
나의 자존감, 자신감을 정복하기 위해서.

: 어느 미팅 회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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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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