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처럼 유쾌함이 안 묻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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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잠바
한 번은 전 직장에 근무했을 때, 회사 대표가 내게 가죽 자켓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그 때는 브랜드가 뭔지도 모르고 받았는데,
몇 년후에야 그 브랜드가 <마크 제이콥스>라는 사실을 알았다.

자켓은 보들보들하고 가벼웠다.
디자인도 개장수를 연상하게 하지않고 맵시나는 느낌을 주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 가죽잠바였다.

얻었지만 나는 그 가죽잠바가 마음에 들어 한 동안 꽤 자주 즐겨 입고 다녔다.
하지만 입고 다니는 내내, 내 동료들과 친구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옷과 내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라고…
내 첫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읽으면서 나는 그 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
무난함

무난함
강사과정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이 바로 무난함이었다.
심지어 강의를 시장에 런칭했을때 들었던 첫 반응도 바로 <무난함>이었다.
나는 이 <무난함>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
그것은 바로 내 컨텐츠가 아니었으니까.

전업강사는 아니지만 이전부터 간헐적 강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겨웠고 가장 필요로 했던 건 정교하게 설계된 컨텐츠였다.
(그러면서 보면 유니컨을 통한 데뷔는 처음이었지만 그 이전에도 했었으니 어찌보면 나는 중고신인인셈이다)

나는 연지원님의 시간관리에서 정교한 컨텐츠가 어떤것인지를 목격했고 그것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했다.
(선택이라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니컨이라는 특수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선택한 것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면서 씹어 삼키려했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했으나
그 누구보다 성공적인 시작을 하고 싶었기에 욕심의 크기에 맞게 노력을 가했다.
한없이 느껴지는 부족함 때문에 아직 이르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지만
2014년 상반기가 끝나갈 때쯤이 되서야 그 생각을 집어 던졌다.
나가서 깨지는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7월 10일 나는 드디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교정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피드백들이 쏟아졌다.
나는 그것들을 운동할 때 느꼈던 근육통으로 여겼다.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특정한 부위를 운동하고 난 다음날에는
운동한 부분에 찌릿찌릿한 자극이 오는데, 그것은 아주 좋은 신호다.
집중을 했고 그 부분에 충분한 자극을 주었다는 뜻이니까.
그렇기에 그 피드백들에 대해 전혀 실망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예전처럼 피드백 때문에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감정의 동요는 없다.

그냥 객관적 관조적인 위치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뿐이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는구나’라고…

.”처음 봤을 때처럼 유쾌함이 안 묻어나요.”

이 피드백은 강렬했다.
이 한 문장이 주는 강력함은 요 몇 주간 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와우에서 내 개인 주제로 발표를 할 때,
유니컨에서 내가 가진 전문지식으로 발표를 할 때는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내 색깔이 담겨진 연극을 청중들에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전문강의(시간관리 강의)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멀끔하게 생긴 대변인이 갓 뛰어든 정치판에서 훌륭하게 작성된 보도문을 읽어내는 경직된 대변인이 된 느낌이랄까…

전문지식도 지식이지만
대중을 즐겁게 하고 그 즐거움 속에 지식을 전달하는 그들의 재능을 탐했던 그 욕심은 다 어디로 갔는가?
– 재수 없음이 느껴지지 않는 자기주관성이 너무 강한 정체모를 사람 김어준
– 상대가 받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핵심적 본질을 바로 파고 드는 철학자 강신주
– 잡학박식을 바탕으로 주고받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막말 이미지 개그맨 김구라
– 현란한 비유로 전문세계의 지식을 유머스럽게 전달하는 음악평론가 임진모
– 강의장을 아줌마들의 유쾌한 수다놀이터로 만드는 김미경.

‘어떻게 하면 나는 나의 색깔과 나의 옷을 입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하철 출근할 때부터 2층 침대에 몸을 뉘우는 순간까지 함께한다.
그래서 나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대면 탁하고 떠오르는 대표곡이 있어야 하나보다.
가창력이 탁월한 가수들 중에서 대표곡이 없어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볼 때면
그가 가진 재능에 비해 존재자체가 시들시들해 보이기도 하니까.
막상 원하던 것을 얻고 나니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마크 제이콥스>잠바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만든 컨텐츠가 아니다보니 이제는 새로운 창작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신호인지도 모른다.
그 필요성은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과 두려움이 있을지 모르는 여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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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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