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과 경박함에 대한 단상

1.

유머를 통해 타인을 즐겁게 할 줄 안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인 재주 중 하나다.
그룹 에너지를 높이고 구성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만큼이나 즐거움을 유발하는 것도 자기 가치가 될 수 있다.
이런 유형들은 대체적으로 사회나 조직에서 인기가 많고 이런 저런 많은 곳에서 필요로 한다.
특히나 관리 피라미드의 위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 선호한다.
이로 인해 이들은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느낌,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되며 나아가 자신감이 향상되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

 

2.

유쾌함에는 건강한 유쾌함과 건강하지 못한 유쾌함, 두 가지가 있다.
건강한 유쾌함이란 모두가 웃고 즐기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가 그 과정에서 감정 상하거나 다쳐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런 유쾌함을 발현하기는 어렵고 힘들다.
그런 유쾌함을 HUMOR라고 한다.
쉬운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몸개그라 칭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거다.
비록 자신을 극도로 낮추긴 하지만 나 이외에 상처받는 사람들은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이런 장르는 지양하게 되며, 나이 먹고도 몸개그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세상은 천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3.

건강하지 않은 유쾌함은 불량식품과 같다.
타인에게 무안을 주거나 언어적 공격으로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경우라
먹을 때는 즐겁지만 먹고 나면 건강에 안 좋은 것처럼 웃을 때는 즐겁지만 상대에게 고통이나 상처를 남기게 된다.
처음에는 그 강도가 높지 않아 대부분 웃으며 넘어가지만 횟수가 잦아지면서 그룹문화로 고착화 된다.
쉽게 말해 까대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동체 분위기가 되버린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해 당사자는 그 고통을 말하기 어려워진다.
다수의 침묵이 이를 방관하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않은 유쾌함을 추구하는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대상들을 찾아낸다.
그 대상들은 대부분은 소위말하는 낯짝이 두껍지 못한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4.

성숙하지 못한 유쾌함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공동체의 썰렁함을 못참는 경향이 있다.
간간히 찾아오는 침묵이나 진지함을 참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의지력을 필요로 한다.
상황은 빨리 환기시켜야겠는데 쉽게 떠오르는 위트는 없으니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게된다.
역시나 그들 예상대로 분위기는 쉽게 전환된다.
의도대로 또 한 골을 넣게 되다보니 그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사고는 점점 강화된다.

 

5.

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보다 더 파워가 쎄고 체급 높은 이들을 만난다든지더 가볍고 촐랑대는 이들을 만났을 때
반대로 자신이 놀림감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럴 경우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쉽게 흥분하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집에 돌아가고 나면 머리 속에서는 그 생각이 계속 그를 지배하게 된다.

분위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리모콘을 상대에게 내 준것도 억울한데
그 리모콘이 나를 조정하게 되니 속에서 열불이 나게 마련이다.

 

6.

유쾌함과 촐싹거림 혹은 촐랑은 한 끝 차이다.
그 한 끝의 경계는 유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고
언어가 주는 무게감과 횟수 역시 유쾌함과 촐싹거림을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7.

재미라는 단어는 다양하게 정의된다.
시끌벅적한 웃음이 끊이질 않고 흥청이 가득한 것도 재미지만
슬며시 웃음짓고 행복한 기분에 젖어드는 것도 사람들은 재미라고 부른다.

그러니 반드시 시끌벅적한 웃음만이 재미라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
하늘을 어깨로 떠받드는 아틀라스인양 공동체 분위기를 자기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벗을 줄 알아야 한다.

본인이 유쾌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인지하지 못한 댓가들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러니 적절하게 나눌 줄 아는 것이 좋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이 자신을 주눅들게 하는 느낌을 갖게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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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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