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파우스트

B

괴테가 청년시절부터 작품착상을 시작해 죽기 몇 해전에 출간했으니 총 60여년의 집필시간이 빚어낸 작품. 총 12,111행이라는 엄청난 분량에 인류가 가진 문학과 철학, 종교, 정치, 전쟁 등을 모두 담아내어 다양하고 폭넓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위대한 명성. 이런 엄청난 평가와 더불어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과 노벨연구소 선정 최고의 세계문학 100권에도 포함되는 영광을 안은 작품, <파우스트>. 이 작품에 대한 찬사는 조사할 때마다 끈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자산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의 느낌은 ‘이게 대체 뭔소린가? 나는 대체 무엇을 읽은 것인가?’라는 거였다. 고전문학에 대한 습자지 같은 지식이 벗져짐과 동시에 <마담 보바리>와 <달과 6펜스>를 쉽게 읽어냈다는 깐죽거림에 귀싸다구를 한 대 맞은 격이랄까.

책장은 넘어가는데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도 안되면서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도 아까웠거니와 책을 끝까지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라라는 독서법이 생각나, 책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망할 놈의 책의 엔딩을 기필코 내 눈으로 읽어보리라’라는 똥고집이었다. 인내로 읽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이 정도도 참아냈으니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을 다시 도전할 수 있으려나?

1권은 그럭저럭 읽어냈으나, 2권부터는 본격적인 난해함이 시작된다. 삼국지와 성경을 능가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온갖 그리스/로마 신화의 캐릭터들은 나를 환장하게 했다. 등장 캐릭터들의 대화는 쉽지도 않고 짧지도 않았다. ‘대체 너희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라고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2부는 정말 내게는 안드로메다의 외계어나 다름이 없었다.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독교적인 내용이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내용도 가득하기에 사전 이해가 없으면 작품을 온전히 읽어내는데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파우스트>에는 온갖 은유와 상징으로 이야기 되며, 현실과 꿈, 인간과 동물,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풀어내는 이야기 탓에 오롯이 괴테의 세계관을 읽어내기란 천부당 만부당한 이야기가 되겠다.

항상 고전을 읽고 난 후에는 작품해설서를 읽어보는데, <파우스트>는 작품해설서를 읽고 나서야 이 책의 줄거리를 알게 되었다. 이건 또 무슨 해괴한 경우인가? 해설서에는 <파우스트>가 천상과 지상의 고통, 참회와 구원, 신의 섭리와 은총을 다루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 그랬구나.’

내가 더 나이 들어서 이 작품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까? 그 사실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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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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