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모든 것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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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문정신이 가득 담긴 질문으로 이 책, <모든 것이 빛난다>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의미는 거세되어 버리고 허무만이 남았는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 주제였습니다.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라는 낯선 이름의 두 철학자가 쓴 이 책을 읽는 한 주 동안은 지적 즐거움이 넘쳐나는 행복한 나날이였습니다. 그 지적 즐거움의 배경에는 GLA 문학 수업의 유익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철학적인 동시에 문학적인 전문 지식을 배경으로 허무주의의 원인에 접근하면서 전문가들이 아닌 오늘날의 세계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을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두 철학자는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 지식 임계점을 바다의 부표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난이도였습니다. 간신히 힘겹게 들어올릴 정도의 무게를 가진 지적 바벨이랄까요, 아뭏든 이점은 제가 만족한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부터 시작해서 단테의 신곡을 거쳐 멜빌의 <모비 딕>에서 주제를 찾아내는 두 저자가 가진 통찰력에 감탄 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만족스러운 책이었으며 비록 3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올 해의 책으로 이 책을 꼽기에 전혀 주저함이 없는 책, <모든 것이 빛난다>. 저는 사유와 통찰로 원인과 그 현상들을 규명하는 쪽을 흥미로워 하는 타입인가 봅니다. 거기다 문학을 첨가했으니 그 흥미와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그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삶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현상들과 원인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호메로스 시대를 살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 통제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다신주의라고 정의되는 올림푸스 신들에게 감사와 그 의미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한 근대사회로 갈수록 이러한 부분은 점차 없어지고 허무만이 남게 됩니다. 또 개인의 자율성에 치우치다보니 그 책임까지도 모두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힘겨움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현대과학의 발달은 경외감을 가져다주던 기예들은 모두 기계로 전환시켜 버렸습니다. 바흐의 음악을 주파수로 분석해 버리고, 루벤스의 명화는 화소로만 남기는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가지고 왔고 그 결과 삶의 허무주의로 채워졌습니다. 그 허무주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 키워드가 되었지요.

이 책은 호메로스부터 중세의 거장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근대 사회의 철학자인 데카르트, 칸트, 샤르트르 등을 관통하는데 그 이야기에는 힘이 살아 있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대로 일반인들에게 읽히기 위해 용어도 가급적 쉽게 이야기 하고 자신이 말하려는 이야기들을 반복함으로써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진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이 대목인데, 여러가지 의미로 올 해의 책으로 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두 저자들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모비 딕 부분에서는 약간 어려웠습니다. ㅠㅠ)

책의 핵심들을 더 작성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기도 하고 그 깊이가 쉽지 않아 그 내용들을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 필력이 제가 하는 생각들을 오롯이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겠지요.

마지막 정리는 이 책을 가장 잘 정리한 블로거의 리뷰의 마지막 대목으로 대치하려 합니다. 이 시대의 가치 있는 삶이란 개인주의에서 탈피하여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되 이를 파시즘과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나’라고 하는 독단적인 한 인간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할 수는 없음을, 그리하여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영향력들을 충분히 인정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감수성들을 요구로 한다. 물론 이런 삶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부딪치면서 깨달은 경험들을 요구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들을 감수하지 않는 삶이란 무의미와 권태, 무표정과 불안으로 추락하는 삶일 뿐이라고 ([출처] 263. 모든 것은 빛난다, “허무주의를 넘어서”|작성자 홍)

이 마지막 대목은 책을 읽지 않고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는 힘들 것일테지만 두 철학자가 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잘 담아낸 후기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인문정신이 들어 있는 이 무거운 질문을 끌어안고 사는 한, 건강한 삶을 살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만약 어려분들도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당겼다면 일독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던 데카르트는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했고, 니체 역시 개인의 의지를 강조해 결국 ‘신은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제 개인적 사고는 이 두 철학자의 철학에 가깝습니다. 이성과 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저이지만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삶의 태도로 수렴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이 허무라는 키워드의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쉽지 않은 도서였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낸 동력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네요.

* 아이러니 한 것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보면 자기들이 옳다고 보는 가치들을 사물들에 부여하기 위해 신의창조를 거부하며 디스라는 벽 안에 있는 사탄들이 있는데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더라는 점입니다. 물론 중세시대의 가치관이긴 합니다만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었습니다. 덕분에 단테의 <신곡>에 대한 흥미가 마구 솟아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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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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