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롯데리아의 메뉴판

그 날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맥도날드 매장에서,
카운터 뒤에 걸려 있는 맥도날드의 메뉴판에 놀란 나는
주문을 잊고 한참 동안 서서 그 메뉴판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간결하게 잘 만들었을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버거킹 아니면 맥도날드를찾습니다. 어쩔 수 없을 때만 롯데리아를 갑니다.
어느 날 대형마트에서 아내를 기다리는 날이 있었는데
그 때 마침 지하에 롯데리아가 있어 롯데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맥도날드를 가보고 나서야
맥도날드 메뉴판이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디자인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롯데리아와 버거킹의 메뉴판은 팔고 있는 모든 상품들이 메뉴에 다 적혀 있습니다.
그에 반해 맥도날드에서는
그 시간대에 팔고 있는 메뉴만,
한 디스플레이에 하나씩만 적혀 있어 메뉴를 고르기가 참 쉽게 되어 있습니다.

맥도날드에서는 전략적으로 오전에 파는 메뉴와 오후에 파는 메뉴가 다릅니다.
오전에는 <맥모닝>시리즈를 파는데, 당연히 오후에는 팔지 않습니다.
새벽 4시 이후가 넘어가면 메뉴의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NBA나 프로야구에서 보는 것처럼, 광고판이 회전하는 것처럼 넘어간답니다)

그때부터는 맥모닝만 판매합니다.
맥도날드의 주력상품인 빅맥 시리즈, 상하이 시리즈 등은 주문을 아예 받질 않지요.
그러다가 11시가 되면 메뉴가 다시 회전해 <맥모닝>은 사라지고 빅맥 시리즈 메뉴판이 다시 나옵니다.

또 놀라운 사실은 500원만 더 추가하면
사이즈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기존 사이즈와 비교하면서
노인/어린이/노인이 와서도 쉽게 주문 할 수 있도록 한 켠에 그려져 있습니다.
판매되는 모든 메뉴들을 메뉴판에 다 적고 있는 롯데리아와 다릅니다.
참으로 놀라운 선택과 집중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코칭을 할 때, 제안서 작업을 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때 제가 그들에게 전하는 원-메시지는
듣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버리고, 줄이라는 말을 건넵니다.

우리는 이 메시지를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은 적이 있거나 이미 알고 있지만
정작 내가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켜는 순간 저 메시지는 그냥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항상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모두 화면 가득히 쓰거나 상사에게 보고 해야 할 내용들을 보고서에 꽉꽉 채우지요.

그런 것들을 몇 년씩 계속 반복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혹은 내가 생각했던 발표와 보고는 어느 새 신입사원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고,
어느덧 나는 내가 싫어했던 조직의 발표/보고 문화에 똑같이 흡수되어 버리고 맙니다.
내가 만든 보고서와 내가 만든 자료들의 내용들을 사람들 모두 가 다 원한다는 생각을 잊으셔야 합니다.
(맥도날드에서 팔고 있는 메뉴가 얼마나 많은지
햄버거가 먹고 싶어 매장에 방문한 나는 관심이 없습니다)
가급적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 것이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쉽게 이야기 하면 결론입니다.

NOTE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적겠습니다만,
결론을 이야기 하기 위해 앞 도입부에궁금함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를 노출할 수도 있으며,
사례를 먼저 노출할 수도 있고, 스토리텔링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기대효과를 먼저 노출할 수 도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일 뿐입니다.

맥도날드는 자신들이 팔고 있는 모든 메뉴들을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들을)
롯데리아처럼 메뉴판에 모두 적지 않습니다.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그 시간에 주문할 수 있는 메뉴들을 한 칸에 하나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 먹던 메뉴들을 묻는 고객들이 당연히 있겠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주문하려는 고객들이 있겠지만,
그들은 그런 전략을 취하지 않고 다수의 고객을 선택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먹고 싶은 주문을 골랐을 때, (나의 보고서와 내 발표에 대해 대상이 흥미가 생겼을 때)
그때 추가 메시지를 던집니다.
‘배고프세요? 500원만 더 내면, 더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 해드려요’
이 시간에도 우리는 우리의 발표자료, 우리의 보고자료에 모든 메뉴들을 다 적고 있으며
칼로리표시도 다 적고 있고,
원산지도 다 적고 있으며
업그레이드 메시지도 다 적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면서 내 발표자료가 왜 이럴까를 고민하며 여전히 세미나/강의만을 찾아다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던지고 말하려는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에 고객들은 아예 듣을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들에게 나의 메시지에 대한 매력(결론 혹은 결론 메시지)을 던지고
그것에 흥미를 보였다면 다음 자료를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질문과 상세설명을 더 요구한다면
그때 상세한 자료가 담긴 자료/설명을 건네시면 됩니다.

유니컨의 글쓰기에서도 동일한 매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흥미있는 도입부를 잡아라’라는 메시지가 이 교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강의자료를 만들고, 보고서를 만들 때.

이제부터는 기억하세요.
맥도날드의 메뉴판이
얼마나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잘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는지를 말입니다.
(이 글은 책을 내기 위한 첫 글감 쓰기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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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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