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버스안에서 본 예쁜 다리

1.

너무나 추운 출근길이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버스에 올랐고, 버스 안의 온기를 느끼며 생각을 비우고 잠시 있었데 앞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학생의 매끈한 다리를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가장 많이 팔렸다는 뉴발란스 운동화에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그 학생의 각선미는 그야말로 매끈했습니다.
다리가 아주 얇아서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스키니 스타일도 아니고 섹시함을 불러일으키는 관능미의 스타일도 아니었습니다.
참 예쁘다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다리였습니다.
그 다리를 보는 순간 동안에는 아무런 감정동요가 일지 않더군요.
이성의 대상을 보며 감정이 일지 않고 그 대상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런 경험은 참으로 묘하네요.

 

2.

글을 쓰며 느낀 점.
– 글을 쓰고 난 후, 글을 읽어보니 창피한 마음이 일어다 지우고 다른 글을 써볼까 싶었지만 이 역시 내 실력의 거울인지라 두고두고 볼 요량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 보여주기 글쓰기가 잘 표현될 것 같은 소재라 글을 썼는데 쉽지가 않다. 훌륭한 관찰이 없는 글쓰기의 전형적인 한계를 보여준 듯 하여 이 역시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 김영하와 같은 명망있는 작가가 아니지만 그가 적절하게 혹은 과하게 성적표현과 소재를 다루는 것처럼 나 역시 이런 도발적인 소재도 두렵지 않고 써보고 싶었다. (두렵다는 의미는 내가 이런 것을 탐닉하는 이미지로 타인에게 굳혀진다는 두려움)

이 역시 진솔한 글쓰기의 도전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치부,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진솔함이지만 내 생각의 일부를 온전히 드러내는 것도 진솔한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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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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