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권하는 방법

1.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그리 부유하지 않은 탓에
갖지 못했던 블록 혹은 프라모델에 대한 동경이 상당했었다.
그 시절 사내 아이들 중 누가 그 세계에 관심이 없었을까?
(리노님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성인되고 사회에 나가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벌게되자
어렸을 때 동경으로 남아 있던 LEGO에 눈이 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 LEGO는 내 취미생활 중 하나가 되었다.

 

2.
흔히들 LEGO가 창의력에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부모들이…
내 나이 또래의 부모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블럭들을 아이들에게 사주지만
아이들은 금방 흥미를 잃거나 블럭에 취미를 쉽게 붙일 생각을 않는다. 혹은 몇 번 놀다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가 아이들이랑 놀아주다 보면 대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놀이가 바뀌어져 버린다.

‘이건 이렇게 해보는게 어떨까?’
‘아니야. 이건 이게 더 맞을것 같은데, 이건 어때?’라는 식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알려주지만 몇 번 놀다보면
당연히 부모도 인내심이 바닥나 금방 때려치기 일쑤다.
처음보는 블럭을 아이들이 어떻게 블럭을 끼우고 만들까? 당연한 일이다..

언젠가
애 엄마와 제라드가 친구집에 가서 놀게 되었는데,
그 집에 있는 레고블럭을 제라드는 아주 능숙하게 잘 만들고 노는 모습을 보고
그 집 엄마가 깜짝놀라랬다고 하더라.

‘자기집 애는 오히려 쳐다보지도 않는데, 제라드는 어찌 저렇게 집중력 있게 잘 할 수 있냐고…’
자기네도 아빠가 몇 번 같이 놀아주고 해봤는데, 영 재미가 안붙더라는 말을 덧붙이며…
이런 질문들을 또래의 엄마/아빠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꽤나 자주…

 

3.
나 역시 처음에는 제라드가 레고를 잘 갖고 놀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리저래 알려주기도 하고
흥미를 붙이기 위해 주변에 널어놨지만 도통 관심이 없었다.
블럭을 가지고 놀기는 커녕 부수는게 일쑤였고, 던지기가 일쑤였다.
혹은 먹으려고 입으로 가지고 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레고는 1,000개 이상의 부품으로 조립되는 모델이라
한 번 만드는데 최소 3시간 혹은 5시간 이상을 소요되는 것들인데…
퇴근만 하고 집에 와보면 여지없이 부서져 있었다.

그 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만 하면 아주 끔찍하다.
손톱만큼 작은 부품들을 찾으러 다니느라 일쑤였고,
그걸 다시 보관하는 것이 퇴근 후 일상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하다)

나중에는 결국 포기하고 제품을 해체하여 지퍼락에 담겨 다시 박스로 담겨졌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그렇게 그렇게 박스안으로…
나중에는 가르치길 포기하고
그냥 나의 취미를 즐겼고, 아이는 그냥 내 옆에서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기를 몇 개월 하다보니 제라드가 점점 블럭을 쌓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즐기는 창조는 아니고
그저 부품을 수직으로 높이 높이 세우는 정도였지만
칭찬으로 피드백하며 같이 수직으로 높이 높이 쌓으며 놀았다.
하지만 마지막은 결국 손으로 부수는 쾌감을 더 즐겨했다. ㅠㅠ
(그때는 내 내면의 악마를 다시 만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며 제라드는 커갔다.
지금은 유투브에서 스타워즈를 검색하여
직접 부품통에서 부품을 찾아
자기가 만들고 싶은 창작 작품을 만들어 간다.
가끔 제라드가 만들어 오는 것을 볼 때면 깜짝 놀랄때가 많다.

 

4.
그것을 보며 깨달았다.
역시 부모는 행동으로 교육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일상에 노출됨으로써
자녀가 자연스럽게 접하는가를…

집에서 책을 읽지 않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강요해도 소용없는 일이고
음악을 듣지도 않으며 악기도 없는 집에서, 아이가 피아노를 배울리 만무하다.
아무리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 다 한들, 아버지가 같이 하지 않는 놀이가 자녀에게 재미있을리가 없다.
자녀 뿐만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에게 권하고 싶고 알려주고, 가르치고 싶다면
내가 그것에 흠뻑 빠져 상대가 나의 행동을 보고
자극/영감을 받아 그것을 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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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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