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에 대한 소탐대실을 보여준 주말

1.
붉은색의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져가는 11월 늦가을 토요일 수업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설명으로 채워진 수업의 질이 만족스러웠고
그 수업에 질문과 경청으로 참여한 사우들과의 수업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함께한 식사는 유독 반갑고 기뻤다.
그간 관계를 키워나가기 위한 절대시간이 부족했었던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으리라.
빨갛게 무쳐진 보쌈 속과 신선한 우윳빛깔의 굴이 담겨진 저녁 식사도 그 기쁨을 배가 시켰다.

맛난 음식과 함께 나누었던 음악 이야기 역시 늦가을 저녁의 기쁨에 아주 잘 어울렸다.
회기에서 철산까지의 1시간이 넘는 귀가시간에는
세 남자의 수다가 함께 했기에
그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은 시간왜곡의 경험을 전해주기도 했다.

집에 들어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약간은 뜨거운 샤워 물줄기가 내 등으로 쏟아져 내리면
몸이 저릿한 느낌이 드는데, 온몸이 이완되는 이 느낌이 좋다.
수증기가 가득찬 욕실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하는 샤워가 하루를 정리하는 마지막 의식이다.
이 의식이 나는 좋다.

자기 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예능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았다.
다운로드를 걸어넣고
짐을 정리하고, 옷가지를 챙겨 정리하고, 냉장고에서 마실것들을 찾고 노트북을 켜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려 한다.

그 예능 프로그램은 너무 재미있었다.
혼자 보는 내내 미친 놈처럼 키득키득 거렸으며,
그것을 보는 내내 3시간이 언제 흘러갔냐는 듯한 시간왜곡의 경험을 다시 한 번 했었다.
그렇게 그렇게 토요일의 행복한 시간들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다.

 

2.
유니컨 수업을 하고 오면
일상에서 퇴근을 한 것 처럼 파김치가 되는데…
집중해서 8시간 이상의 수업을 듣느라 눈이 유독 피곤해진다.
마치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온다.
또 그곳까지의 이동시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물리적 피로감이 더 했으리라.
하지만 오늘 하루 만큼은 행복감이 넘쳐 쌓여있는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분명히 내일 일요일의 시간관리가 무너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멈출줄을 몰랐다.
마치 내일 분명히 숙취로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아 술잔을 계속 입에 털어 넣는 기분이랄까..

 

3.
여지없이 일요일은 내 하루의 휴식의 위해 쓰여졌다. (본의 아니게)
<시간관리>를 배웠던 그 핵심이 작심삼일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 착착함과 함께 새로운 주일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에게 준 그 행복감이 월요일에는 작은 죄책감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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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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