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간의 흐름, 서글픔 그리고 망각

1.
알람이 울린다.
아이폰을 집어들고 화장실로 먼저 간다.
몽롱한 정신으로 불을 켠 후, 아이폰으로 MBC라디오를 켜 놓는다.
음악을 들으며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며, 머리를 감는다.

거실에는 아직도 아이들이 자고 있다.

냉장고에 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타이머를 맞춘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다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레인지의 불을 땅긴다.
후라이팬에 열기가 올라갈 동안 나가서 조간신문을 가지고 들어온다.

계란을 깨드려 후라이를 두르고 난 후
레인지의 타이머가 아이들과 아내를 깨우면 안되니 미리 꺼낸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반찬과 미리 꺼내놓고 물도 미리 따라 놓는다.
그 사이 계란을 뒤집을때가 됐다. 계란을 뒤집고 난 후 후라이팬에 불을 끈다.
나머지 열기로 나머지를 익힌다.
그 사이 다시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갠다.
꺼진 불이 계란을 익히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운동 후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을 미리 챙긴다.
준비된 밥을 먹으며, 이메일을 체크하고 주간기사를 훑어본다.

가능한 아침의 모든 행동들,
외출준비를 위한 모든 행동들은 이렇게 평생동안 동시복합행동을 해왔었다.
그것이 멀티태스킹이라는 인식과 정의랄 것도 없이…
우연히 <시간단축기술>의 저자 나가타의 일상에서의  내가 해왔던 일상의 일들을 잘 정리한 글을 볼 수 있었다.
시간단축기술이란 것이 거창한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니로구나.
작은 누적의 힘이 커다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구나. 일상에서도…

2.
알람이 울린다.
어제도 운동을 하고 개인작업을 하느라 늦게 들어왔더니 일으키는 내 몸이 무겁다.
운동을 해도 개운함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세면을 하고 주방엘 갔더니 아침으로 먹을 만한 게 없다.
식탁위에는 아이들이 먹는 시리얼, 과자, 주스들이 가득하지만 내가 딱히 먹을 게 없다.

냉장고를 열어본다.
이 큰 냉장고 안에 가장이 출근하면서 먹을게 이리 없단 말인가.
할 수 없이 계란을 꺼내든다. 계란후라이에 밥을 데워 간장과 참기름을 비벼 먹어야겠다.

어제 먹었던 것처럼 오늘도 그렇게…
참치라도 비벼 넣을까 했는데, 그것도 없다.
….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작은 방으로 가, 속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갈아 신는다.
항상 양말통에 있어야 할 양말이 없다.
아직 빨래가 마르지 않았나보다.
급하게 뒤져보니, 봉지를 뜯지 않은 양말이 있어 봉지를 뜯고 새 양말을 신는다.
종이라벨을 분리수거통에 넣으려 했다가 넘쳐나는 분리수거통에 짜증이 밀려온다.

셔츠를 입어야 한다.
옷걸리에 걸리 셔츠를 뒤적이는데 걸린 셔츠가 없다. 낭패다.
지금 다름질을 할 시간이 없지만 어제 입던 셔츠를 다시 입을 수 없어 부랴부랴 다리미 판을 꺼내 든다.
셔츠를 다리는 동안 라디오 사연에는 출근이 늦었다는 사연들이 소개된다.

셔츠를 다 입고
가방에 노트북과 책을 챙겨넣고 오늘 내가 사용할 하루 용돈을 지갑에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겨울이라 아직도 아침이 컴컴하다.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때리며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지하철역을 향해 터벅터벅 걷는 내가 갑자기 좀 처량하다는 생각이 났다.
왜 이리 사는건지…
뭘 위해 사는 건지…
내가 받아오는 월급들은 다 어딜간건지…
모두가 다 그렇게 똑같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나만 유별날 것도 없고 나만 구슬플리 없고, 나만 대단할리 없다.
세상은 그렇게 그렇게 돌아가고 살아간다.
신파조에 사로잡힐 필요없다라는 이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3.
6:50분 청담역까지 가야하는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꼼짝할 수도 없는 지하철 안에 서 있다 보면
멀티태스킹을 했었던 작은 효과적인 시간관리, 일상에서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한 가장의 구슬픔이역을 지나쳐 갈 때마다 조금씩 잊혀져 간다.
그렇게 사라진 기억들과 생각들은 4개월이 지나서야 문득 떠올랐다.
‘아~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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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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