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태국으로 가는 총 20일간의 자유여행.
자유여행인지라 모든 것을 우리가 다 철저히 준비해야했다.
해외자유여행은 시간적으로나 금액적으로나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했기에
그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효율적인 여행을 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그때는 그랬다.

매일 매일 여행 사이트를 접속해서 그들의 후기를 읽고
엑셀로 스케줄과 비용을 체크해가며
여행지의 동선을 계획해 나간다.
그렇게 30여일 이상을 준비하며 설레였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소풍보다 소풍을 기다리는 그 설레임이 더 즐거운 법이다.
카오산 로드에서 느낀 전세계 젊은이들의 자유로움이 멋졌다.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맛집을 찾아서 먹었던 그 음식과 시원한 맥주맛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름도 모를 터미널을 찾아 손짓과 그림으로 푸켓행 티켓을 사서 밤새 버스를 타고 갔던 그 추억이 재미있다.

여행 5일째가 되었을 때,
우리는 유명 유적지 중 하나인 아유타야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날의 기온은 30도가 넘었었는데,
그 땡볕에 와이프는 더위를 먹고 그만 지쳐 쓰러져 버렸다.
얼굴은 너무나 빨겠고, 호흡은 거칠었고 심지어 창백했다.

축 늘어진 그녀의 몸을 업었다.
어쩔 수 없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천정에 매달린 커다란 선풍기 날개 밑에 뉘웠다.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만 흘러갔다.
이곳에서의 일정은 모두 예약이 되어 있었고 그 비용은 모두 지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의 일정을 소화해야 다음 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걱정이 되면서도 그 일정을 걱정하는 이기적인 남편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아내를 방에 올려 보내고 홀에 앉아 스케줄과 여행책자를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그때 홀 소파에 앉아 있는 두 명의 일본인 젊은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신호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지.

말을 섞게 되면서 친근감이 형성되었고
홀 한 쪽켠에 있던 보드게임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들도 영어를 못하고 나도 영어를 못했지만, 신기하게 설명이 가능하면서 몇 게임을 즐겁게 놀았다.

두어 시간을 같이 놀고 난 후
그들이 방으로 올라가며 이따 저녁을 함께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좀 놀라웠다.

그간 주변에서 들어왔던 선입견과는 다른 일본인들의 모습이어서.
방에 돌아가 아내에게 그 말을 전했고
아내는 흔쾌히 좋다고 같이 저녁을 하자고 했다.

저녁에 일본인 친구들이랑 우리랑 같이 저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침 아내는 일어를 공부중이라 많은 이야기가 가능했다.
낯선 외국인들과 그렇게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었던 최초의 경험이었다.

즐거운 시간이 한참이 지나가고 숙소로 다 같이 돌아갔는데,
때마침 로비에서는 그때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있던 세계각국의 여행자들이 모두 내려와 파티를 하고 있었고
우리 역시 그 파티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다.
태국인 숙소 주인은 흥에 겨워 자신이 아끼는 술을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아주 시끌벅적한 파티가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미국인, 프랑스인, 일본인, 스페인인, 이탈리아인 모두가 흥에 겨워 배를 잡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겼다.
서로 자기네들 언어를 쓰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웃긴 그 상황을..

아직까지 그 때의 그 장면이 잊혀지질 않는다.
우연치 않게 찾아온 계획의 변경이 그 여행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될 줄이야.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하고 그것을 계획할 줄 알아야 하지만
그것을 변경할줄도 알아야 하고
또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일줄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삶에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먼 이국 땅에서…
그때부터였다.
내 여행에 대한 개념이 바뀐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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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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