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의 여전한 흥청거림

클라이언트 주재로 진행된 저녁 프로젝트 회식.
5개 이상이 붙여져 길게 펼쳐진 좌식테이블에는
가지런히 수저와 글라스 컵, 소주잔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이 미리 세팅이 되어 있었다.
동그랗게 말린 하얀 손수건과 함께.

순차적으로 도착한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 앉아 열심히 날라져온 고기를 굽고 있었다.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잔을 채워주고 있었고
자신을 소개하고, 명함을 건네며 통성명을 하고 있었다.

서빙을 보는 웨이트리스가 오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실내는 어느덧 자욱한 고기연기로 가득찼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고
그 시끄러움에 묻히지 않기 위해 더 크게 이야기 해야만 했다.

영업팀 과장이 술병과 술잔을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술잔을 기울인 덕택에
다행히 여러업체가 참석한 저녁 회식분위기의 서먹함은 없어져갔다.
끊임없이 고기를 주문했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과 시원한 냉면들이 계속 테이블로 날라졌다.

누가 주문했는지 조차 모르는 식사들이 그렇게 계속해서…
사람들의 얼굴은 빨개졌고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담배를 피러 들락날락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빈 방석들이 점점 많아진다.

하품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자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내게 맡겨진, 내게 기대하는 프로젝트의 역할론이 있어 쉽게 그러지도 못해
그냥 그 곳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과 이야기를 한다.

건배제의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다들 건물 밖 주차장으로 나왔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실무 담당자는 어디론가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2차 자리를 물색하러 갔으리라.

취한 일부는 가로수를 잡고, 고개를 숙여 비틀거리고 있었으며,
이곳 저곳에서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집이 먼 사람들은 살짝 이야기만 하고 택시를 타고 먼저 집으로 갔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크게 인사를 했다간 당연히 붙잡혔으리라.

2차로는 맥주집을 갔다.
맥주집에서는 1차에서 마신 기록을 깨려는 듯 사람들은 더 마셔댔다.
사람들의 말은 점점 알아들을 수 없었으며
서운했다는 성토, 미안하다는 위로, 잘해보자는 다짐 등등
했던 말들이 계속 반복된다.

옆 사람에게 기대느라 의자가 쓰러지고,
테이블이 엎어지고, 잔이 쏟아지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지만
누구하나 그만하자는 말이 없다.
그 사이 3000CC 피쳐가 하나 더 날라져온다.

클라이언트와 협력사라는 관계임에도
서로가 오가는 말은 점점 짧아지고 나중에는 호형호제로 호칭이 바뀌었다.
그런 시끄러움은 한동안 계속 진행되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이 흘렀고
시간은 11시가 되어서야 계산을 하고 아수랑같은 그곳을 나왔다.

마지막 헤어짐까지 또 다시 서로가 부둥켜 얼싸안고
3차를 운운하며 오늘의 이 자리를 집착하는 모습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20여분을 소비한 끝에
각자 자신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도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과거 3년 전만 해도 저 모습이 내 직장생활의 모습이었다.
외향적 관계를 지향하는 나의 유쾌함은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기대를 하게 만들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주변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직장인의 역할을 해왔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께 했던,
나를 칭찬해주고 나와 함께 했던 그 관계의 동료들은 기억저편으로 사라졌다.
어제의 회식자리를 이렇게 길게 쓴 것은
그 흥청거림 속에서 예전의 내가 떠올라 모닝페이지에 쓰고 싶었다.

어제도 그렇고 그제도 그렇고
세상사람들은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여전히 그 흥청거림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흥청거림을 즐기고 있을것 이고
어떤 이들은 그것을 맞추고만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제 나는 그 흥청거림의 가운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사람들의 서운한 시선들이 느껴야 했다.

자기경영을 하는 1인기업가들은 얼마나 힘들까.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쉽지 않으리라.
더구나 거기에 사회적 속성을 가진 관계가 더해져야 하니까…
하지만 연착륙을 시도하는 1인기업가 지망생들은 더 힘들다.

두 개의 세상에 발을 걸쳐 양쪽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니까…
삶의 무게는 역시나 무겁다. 그리고 역시 녹녹치 않다.
그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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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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