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영국사 (앙드레 모루아)

B

누가 나에게 <영국사>읽고 난 소감을 묻는다면
영국인이 아닌 프랑스 사람이 쓴 이 역사서는 길고 긴 영국의 시간 흐름을 거시적이면서도
세부 사건들을 꼼꼼히 기록한 역사서라고 답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이 스토리텔링이 느껴지는 이야기적 흐름이 느껴진 역사서였다면
<고대 로마의 24시간>은 현대적인 컨셉력과 센스로 편집된 TV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었다.

이 두 편의 역사 서적과 달리 모루아의 <영국사>는
사건의 흐름을 역사서가 가지는 전통적인 특성으로 상세하기 기술한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읽혔고 그렇게 느껴졌다.

우리는 왜 영국인 스스로 쓴 영국사가 아닌 프랑스인이 쓴 영국사를 읽게 되었을까?
어찌하여 이웃나라인 사람이 쓴 역사서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 화두가 책장을 펼치기 전에 든 첫번째 궁금증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서문에 아래와 같이 적혀있다.
앙드레 모루아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프랑스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책을 집필했으며
프랑스의 대표적작가이자 지성인이 영국인에게 바치는 정중한 헌사다.
라고…

책을 읽어보면, 혹은 영국사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국과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교류와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터인데
이웃나라간에 이런 지적인 교류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가진 정식적 풍요로움에 대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잠깐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없다라는 책은 이와는 비교될 수 없지. 저자의 의식수준부터가…)

책은 영국의 기원인 켈트인의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이후 프랑스계 왕조-튜더왕조-스튜어트-하노버 왕조-전후시대로 이어진다.
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 시대의 특징과 양상을 같이 서술하느라 흐름이 길다.
하지만 이 흐름은 단락, 단락으로 분할하여 이야기하는 호흡의 힘으로 주의력의 실종을 막아준다.
(이 부분은 굉장히 마음에 든 편집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기억되는 점은
영국은 섬나라가 가진 지형적 특성과 기후의 환경이
영국인들의 독특한 기질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대륙으로 이어진 유럽이라는 문화권에 속하면서 큰 시대적 흐름에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영국의 특징이자 힘이다.
왕을 위주로 한 군주정치가 오랜시간 지속되지 않고
그 어떤 국가보다도 의회정치를 먼저 확립할 수 있게한 그 힘이 놀랍다.
(아이러니하게 왕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는 영국의 왕실이 계속 존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느껴진다)

고대와 중세시절에 재임했던 왕들의 성격과
그 시대의 사건들을 모루아는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전혀 사료답지 않게 읽혀진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게 저자의 힘인 것 같다.

또 다른 힘은 책은
자세하게 기술하면서도 전체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 시대에 나타난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곁들이는 것도 모루아는 잊지 않고 있다.

책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 축제 마감일을 지키지도 못했을 뿐더러
후반부의 마지막 100여 페이지는 속독으로 읽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나중에 자세히 읽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또 다른 책으로 건너갈 것을 알고 있기에 차라리 속독으로라도 지금 읽어두자라는 생각을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과학, 인문, 예술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영국의 역사를 다뤄야 했기에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는 특정 부분에 대한 호기심은 덜 채워졌다.
(이것은 개인적인 아쉬움이지 전혀 이 책에 대한 평은 될 수 없다)

– 블러드 메리의 잔혹사에 대한 이야기
– 세익스피어가 보여준 문학사 이야기
–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대표되는 식민지 건설의 스토리
– 독일의 공습에도 꿋꿋히 버티며 저항했던 2차 세계대전 스토리

내 생애에 있어
다른 나라에 대해 제대로 된 역사서를 읽은 것은 영국이 처음이었는데
그 처음이 이런 품격있는 책이었음이란 사실은 값진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 소개의 주인공은 팀장님이었지만 그에 대한 칭찬은 이제 그만두기로 하자.
칭찬도 반복되면 지겨울테니.. ^^)

책을 읽으며 든 또 하나의 유익을 꼽아보자면…
나의 지력을 자극한 적절한 난이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웨이트를 하면서 내 근육을 더 단련하기 위해
항상 들던 무게보다 조금 더 높은 무게로 자극하는 트레이닝 방법을 하는데
모루아의 <영국사>는 그 경험을 떠오르게 했다.

적당히 난이도가 있으면서 적절한 속도로 따라갈 수 있는 그런 책.
(이게 팀장님이 이야기 한 독서법 중 하나였다보다)
<GLA-문학편>은 수업과 시험을 통한 지식의 확장이 일었다면
<GLA-역사편>은 책을 통한 지식의 확장이 일었다.
문학과 역사편의 수업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지식의 확장이라는 순수한 즐거움이 함께 한 시간이었다.
진심으로 <Great Legacy Academy> 수업의 유익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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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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