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한 눈 팔기

B

Prologue.
스노우보드와 사이클, 스타워즈와 레고는 좋아하지만
책읽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 남자가
어찌해서 <나쓰메 소세키>라는 발음도 힘든 일본인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을까?
나 스스로도 신기할 뿐이다.

이번에 리뷰할 <한눈팔기>라는 책은 과제로 읽어야 할 도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소재나 주제가 내 취향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언가에 끌려 <한눈팔기>를 골랐고 이렇게 리뷰까지 쓰게 되었다.

사실 책은 많이 지루한 편이다.
많이 지루하다.
(이 리뷰를 읽고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만약 그렇다면 지루하다는 사실은 알고 읽길 바란다)

 

About.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으로
일본 근대문학의 형태를 확립해 대문호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후세에 일본인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준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테고.
그 영향력이 어떤 정도인지를 말해 볼까?
그는 천엔짜리 지폐에 그려진 인물이다.
이 정도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겠지.
(문학사와 일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의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보다 더 어찌 잘 설명하리오. ^)^)

소세키는 1900년에 일본인이라는 신분으로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인 대도시 런던으로 유학을 가는데,
그곳에서 목격한 노동자 계층의 생활과 열악한 주거환경은
그의 문학에 짙게 표출된 문명비평적 성격의 원체험으로 작용하게 된다 (조영석씨의 한눈팔기 해설. p283)
그런 경험들이 이 책 <한눈팔기>에서도 주인공에게 그려진다.

 

Title, 한눈팔기
그렇다면 왜 이 책의 제목은 <한눈팔기>일까?
한눈팔기란 길가에 난 풀, 한눈팔다, 해찰하다라는 두 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후자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 ‘해찰하다’라는 단어는 무슨 뜻인가?
(이런 식으로 식자층들이, 자기들이 먹물 먹은 티를 내려는 그 잘난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좀 더 친절하게 입문자들을 인도했으면 좋겠구만, 건방진 새끼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해찰하다’는 다음의 의미를 지닌다.
마음에 썩 내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치다.
소세키는 출생과 성장에 대한 자신에 대한 탐색과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이해관계와 소통방식들을
관찰하고 탐색하기 위해 <한눈팔기>라고 지은 것으로 이해된다.

 

Features, 소통(커뮤니케이션)
몽테뉴가 자기 일상의 관찰을 통해 사유를 기록함으로써
시대적 보편성과 문학사적 위치를 얻었다면
<한눈팔기>는 부부사이에서 벌어지는 불소통을
마치 우리 부부이야기인 것처럼 그려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침대만 같이 쓰는 현대 부부들의 자화상이랄까.
<혀> 표절사건으로 기억되는 작가 조경란이 소개하는 <한눈팔기>는
‘나는 결국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하는 질문에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나는 <한눈팔기>를 읽으며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 대한 화두를 더 많이 느꼈다.
아내와의 냉담함 그리고 주변인과의 이해관계의 비틀거림.
이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느낀 주요 화두였다.

생각과 달리 나오는 상처주는 말이라든지
자신의 가치관과는 부합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라든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 겐조 자체가 실제 내 모습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처럼 두 부부의 온도는 아주 냉담하다.
서로가 서로를 탓하며 밀어내는 대화들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 나타난다.
이 중 가장 공감갔던 대목들을 옮겨본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냉정한 인간은 아니야.
단지 내가 가진 따뜻한 애정을 밖으로 내보일 수 없게 만드니까 자꾸만 이렇게 되는거야”
“누가 그런 심술궂은 짓을 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당신이 늘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

“당신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어”
“정말 독단적이시로군요. 당신은”
“판단만 정확하다면 독단적이라도 상관없어”

“당신도 당신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는거야?”
“그렇고말고요. 당신이 당신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처럼요”
그들의 언쟁은 자주 이런 대목에서 일어났다.

부부의 태도는 좋지 않은면에서 일치했다.
서로의 부조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는 소리를 듣는대도
어쩔 수 없는 이 일치는 뿌리 깊은 그들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면 가르쳐 주시면 되잖아요. 그렇게 사람을 바보 취급하지 마시고요”
“당신쪽에서 배우려는 생각이 없잖아.
나는 이미 이것으로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뭘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어?”

소세키는 주인공 겐조처럼 지식인으로써의 뿌듯함을 행복해 했으나
실제 살아가는 삶에서 흔들리게 되자
비로서 반성하며 그 현상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려고 글을 쓴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생각은 책 중에서도 볼 수 있는데, 몇 구절을 옮겨 본다.

도쿄에 정착한 겐조는 물질적인 면에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가를 확실하게 알아차렸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자각으로 행복했으나 그 자각이 돈 문제로 흔들리게 되자
비로소 겐조는 반성하기 시작했다.

‘누님은 그저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어내는 사람일 뿐이다.
교육이라는 껍데기를 벗기면 나도 크게 다를지 않을지 모른다’

<한눈팔기>는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어
소세키의 작품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읽을 것을 문학가들은 권한다.
책 뒷편에 있는 연도와 주인공의 삶은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그의 모습이고 어디까지가 덧붙여 진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구분의 필요성을 사실 못느끼기는 하지만…)

 

Epilogue
‘<한눈팔기>가 메이지 시대 일본인 정서는 물론
현대 일본인의 정서와 일본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라고 옮긴이(조영석)는 말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솔직히 공감이 들지 않는다.
책에는 주인공 겐조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 소통의 부조화속에서 냉담한 채로 살아가는 아내.
– 가족을 위해 그만둘 듯하면서 못 그만두는 형.
– 천식으로 죽을 듯하면서 살아있는 누이.
– 새로운 지위를 얻을 듯 하면서 얻지 못하는 장인.
– 정중한 태도로 돈을 갈취하는 양부.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행동들이 당시의 일본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지만
워낙 감수성이 낮은 늑대같은 나로써는 이해가 어렵다.
오히려 주인공 겐조라는 자서전적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의미를 탐색하고 관찰하려는 소세키의 성찰적 태도를 읽을 수 있었음에 만족한다.

About the author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Add comment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Categories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