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단점만을 보는 이유

1.
그녀가 들어왔다.
그날도 나는 여지없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그녀의 단점이 먼저 보였다.
그런 내 자신이 의식됐다.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저리 할 필요가 없었을텐데?’
‘자기가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이 저거란 말이야?’
불편함 감정이 올라왔다.
판단으로 인해 불편한 감정들이 비누방울 거품처럼 떠올랐고
그 감정들에 시간을 쏟음으로써 더 부정적인 생각들은 커져만 갔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그것을 에고라고 불렀다.

2.
에고가 점점 커져가자
내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그 하루가 다 망쳐질 것만 같았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없애려는 힘든 노력을 하기보다
그 감정을 느끼는 나를 인식하는 것으로 조절 방향을 달리 했다.
다만 그 감정에 휩싸이지 않도록 나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 관찰자적 자세를 취했다.
이런 태도는 나를 사유의 방으로 인도해 주었다.

3.
내가 생각한 그녀의 단점이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기준점으로 그녀를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기준으로 판단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름표를 붙여서 처리하는 저속함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도 그녀와 같은 결점을 갖고 있는데,
왜 나는 그녀에게만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
다른 이들은 그렇게 하거나 말거나 그냥 내버려 두면서 왜 유독 그녀에게만 나의 잣대를 갖다대느냐 말이다.
그 원인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좋아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세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벌어졌을까?
어떤 연유로 좋아하는 감정이 비틀어져 미움으로 왜곡됐을까?
아마도 내 감정이 거부당했다고 스스로를 판단한 그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거부당했다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기에 그 순간부터 그녀를 미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부터 나의 에고는 그녀를 볼때마다 꿈틀거렸고 나는 그 에고에 내 감정과 시간을 더 투입하는 실수를 범했다.

4.
나는 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뒤로 물러서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감정에 휩싸여 단점들을 열거하는 생각의 꼬리를 만들지 말고 현재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인정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그래야 내가 평온해 질 수 있고 그래야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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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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