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 연애사

회사로 향하는 출근길 저 건너편에 내가 알던 그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긴가민가가 아니라 그때 헤어졌던 그녀의 모습이 분명했습니다.
나는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몰라 굉장히 당황스러웠었지만,
그녀는 한 곳에만 시선을 향한 채 그대로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도 분명히 나를 알아 차렸고 나에 대한 미움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회사를 다니면서 선릉에 있는 IT교육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과정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서먹서먹했던 몇주가 지나고 그 과정을 듣고 있는 몇몇의 직장인들과 친해져
강의가 끝난 후에는 뒷풀이를 하며 친목을 다져었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그들과 친해지면서
그 중 그녀와 더 친밀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튀지 않고 수수하면서 조용히 웃는 그녀의 모습이 예뻤습니다.

그녀는 연상이었는데
그녀와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연애 경험들을 함께 했었습니다.
정동극장에서 올나이트로 상영했던 공포영화 3편 보기고 아침에 헤이졌던 기억도 나고
그녀가 직접 만들어 온 약밥을 나누어 먹던 기억도 나고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 받기도 하고…
독특한 매력과 내가 접하지 못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많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둘이, 친하게 7개월을 보냈을까?
나는 우연하게도 다른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그녀에게 연락을 소홀하게 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그 연락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하게 되어지요.

추운 겨울이었던 어느 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화가 난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그녀는 차분하게 내게 설명을 요하는 통화였습니다.
할 말이 없어 한참을 침묵이는 상태로 있다가 그렇게 통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며칠 후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예전에 만나던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고…
그래서 그 친구를 다시 받아주게 되었다는 거짓 메일로
관계의 정리와 함께 용서를 구하는 메일을 보냈었지요.

하지만 그 메일에 대한 회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헤어졌던 그녀를 출근길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녀는 여전히 내게 미움과 증오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철없이 방황하던 그 때 만났던 많은 친구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독 이 친구만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은
그 친구와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아니라 상처를 주면서 헤어졌던 죄스러운 마음만 가득한 기억이 가득한 채로…

내 청춘시절의 연애에 대한 기억들은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고 향기나는 연애에 대한 기억들 대신
방탕했고 상처 주었던 그 미안함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한 청춘이지요.

당신들도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이 가슴 한 켠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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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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