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열정을 바라보는 시선

출근시간을 전후로, 그 짧은 시간 동안  강남역 1번 출구에는 최소 몇 만명의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 많은 시선들에게 ‘혹시나 자신이 오해받으면 어쩌지?’라는 시선따위로 그만둘 사람은 아니었다.
마치 그 모습은 성경에서나 볼 법한 선지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된 사업지 파견장은 강남역 1번 출구 바로 뒷블럭이었다.
그간 많은 사업장에 파견 되었었지만 강남역은 처음이었다.
뭐랄까, 술자리에서만 만나던 여자친구를 회사에서 만났다는 느낌이랄까.

내게 강남역은 술을 마시기 위해 가는 장소였을 뿐인데
이제 이곳은 나에게 밥벌이를 하기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
삑 소리와 함께 개찰구를 나와 서로의 뒷모습만을 보며
1번 출구로 향하는 직장인들을 볼 때면
한 출구를 향해 무조건 앞을 향해 직진하는 레밍스와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도 레밍스들은 빛이 보이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걷는다.
빛이 보이는 출구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쩌렁쩌렁 울려대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수천당, 불신지옥’

복식호흡이 저것이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크게 말해대는 그의 육성은 좀처럼 쉬지 않는다.
불과 출근시간에 목격하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한번도 그의 대사에 쉼표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눈과 비가 섞여 오는 날씨도,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7도를 넘는 날에도
그는 그만의 성스러운 그 미션을 그만두지 않았다.
조찬미팅이 있어 2시간이나 일찍 출근한,
한가한 출근길에도 그 선지자는 그 자리에 나와 그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로써 그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은 확실해졌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 대한 흥미가 더 깊어졌다.
대한민국에는 신앙을 믿을 자유도 있지만 반대로 믿지 않을 자유가 있다라는 이유로
무신론자에게는 소음이라고 치부될 수 있는 저 행위를 민원으로 신고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저 미친 또라이의 행동을 좀 자제해 달라고.
하지만 그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오히려 저 미친 열정의 근원이 무엇일까가 궁금해졌다.

지금 이전 프로젝트 파견지는 명동이었다.
외국인과 쇼핑객들로 북적여 사람들과 안부딪히며 걷기 힘들다는 그 명동길에서도
붉은 깃발에 붉은색으로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글씨를 자신의 몸에 매단체 활보하고 있는  여성 선지자가 생각났다.

이 둘은 똑같은 목적으로 무서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 서로가 서로를 알리가 만무하다. (혹시 그들이 부부라면 이건 영화보다 더 대박일지도)
이 두 선지자의 열정은 어디로부터 온단 말인가.

기쁜일인지, 슬픈일인지 모르지만 나도 그들과 같은 신을 믿고 있다.
나는 밥먹을 때만 기도하는 불충한 날라리 신도.
두 명은 추운 날씨에도 쉬지 않는, 천국행 우등표를 갖고 있을 것 같은 열혈 전도자.
열정의 근원이 더 궁금해 진다.

저 열정은 한 사람을 향한 미친 광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어본다.
자신이 꽂힌 대상에 온전히 빠져서
자신과 남을 돌아보지 않게 되는 극단의 형태가 아니가 하는.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어쩌면 그들은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상대를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유일한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 마음이 열정으로 불타올랐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대상으로부터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메시지만 고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은 아닐까?

마치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팔레스타인에게 무차별하게 폭격을 일삼는 이스라엘처럼.
그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며 한 가장의 어머니이자 아내일 것이다.

전도가 끝나면 그들도 자신의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
발을 뻗고 따뜻한 이불에 몸을 녹이며 가족들과 귤을 까먹으며 하루의 대화를 나누겠지. (아닐수도 있지만)
그들도 나와 똑같이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About the author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Add comment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Categories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