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슬럼프가 온 것일까?
나는 요 몇 주간 내 마음이 평온찮음을 느끼는 중이다.
일상에서 느꼈던 행복감의 향기들은 서서히 옅어져 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일상에서의 글쓰기는 언제그랬냐는 듯이 멈추었고
한 해에 100권을 돌파할 듯 싶었던 독서도 시들시들해졌다.
지하철에서는 책 대신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횟수가 야금야금 늘어만 가며,
운동을 하고 나서 달력에 체크했던 동그라미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술자리 약속의 동그라미는 늘어만 갔다.
그러고보면 요 한 달 사이에는 내 일신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프로젝트 계약이 끝나서 다시 구직자 신세로 전환이 되었으며
개인과 공동체를 우선시 했던 내 지난날의 생활방식으로 아내와 큰 싸움도 있었다.
이 두 개 사건을 통해
내 안에서는 점점 무거워지는 돌덩이 하나가 자라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자주 나오며,
원인 모를 우울함과 슬픔이 느껴지는 횟수가 늘어만 간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먼저해야 할까?’라는 전략적 의도에서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았다.
그냥 이 답답한 상황에 대한 작은 저항이자 최초의 행동일 뿐이다.
나는 그간 무엇을 느꼈을까?
세상살이의 힘겨움.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는 두려움.
배움과 학습에 대한 피로감.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처주었다는 죄책감.
공동체에 대한 실망감.
이런 이유들이 떠오른다.
그 밖에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생각들을 키보드로 치면서 생각해보니
요 한 달간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멋진 피크닉도 있었고, 훌륭한 자전거 여행도 있었고 잔잔한 정찬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쁨이 내 마음속의 우울함을 몰아내주지는 못했나 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소원형이 적어준 위시리스트들을 했는데도
의무형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삐쳐 있는 중이다.
내 안에는 의무형의 영향력이 크긴 큰가보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무엇을 성찰하고 배워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