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B

선생님.
선생님의 추천으로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그의 수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네요.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소설인지라 책장은 쉽게 쉽게 이야기를 잘 쫓아 넘겨졌습니다. 마지막 책장이 점점 얼마 남지 않을수록 조바심에 가까운 호기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큰 반전을 주려고 아직까지 해결이 안나나 싶어서 말이죠. (책날개와 책 서문에서 반전에 대한 설레발을 친 덕분에 아쉬움이 쉬이 남는군요. 몰랐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대단하다는 마지막 장의 결론 부분을 읽고 나서도 독해력의 부족이었는지, 난해함이었는지 그 이야기의 진실을 알 수 없어 해석을 찾아봐야했습니다. 어쨌든 책을 읽고 난 첫 느낌은 ‘뭐 이런 게 있나?’라는 감정이었어요. 다시 한 번 책의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책 장을 뒤척이게 하는 그런 책. 제 솔직한 느낌은 그랬었습니다.

<마담 보바리>때도 그랬고 <달과 6펜스>때도 그랬듯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책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해봅니다. 리뷰를 쓴 독자들은 ‘최고의 책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다’라는 평도 있고 결론에 대한 반전을 각자의 해석을 곁들이는 리뷰어들도 있었습니다. 뭐랄까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를 보고 나서, 각자의 해석과 의미를 담는 평을 본달까요. 어쨌든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서야 전체적인 스토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글을 봐야 이해할 수 있다니, 내 스스로가 정말 아둔하기 짝이 없는 놈일세’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나는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줄리언 반스라는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에 대한 의미 발견를 스스로 찾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아니 발견을 위한 도구들이(내적 소양이라고 해야할까) 제게 없음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나이 듦, 기억, 그리고 후회의 감정을 치밀하고도 정교하게 사유한다” 라고 평한 가디언지의 한 줄짜리 평이야 말로 이 책을 가장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가디언에는 어떤 편집자있길래 저 정수의 문장을 뽑아냈을까라는 가벼운 탄성이 일었지요. ‘시간과 기억이라는 문제를 역사와 개인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있다는 탁월함이 대단하다’라고 밝히고 있다는 문장을 읽고 나서야 ‘아~ 그런건가?’라는 이해 아닌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도 <마담 보바리>와 <달과 6펜스>를 읽고 난 후, 해설서를 접했을 때는 책이 주는 메시지와 가치 그리고 의미에 공감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러질 못하겠더라구요. 심지어 <고도를 기다리며>때도 선생님의 해설을 듣고 이해했었는데. 이게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특수함 혹은 차이점이라고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책을 덮자마자 ‘참 이 책 리뷰는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탄식이 나와서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선생님에게 전하는 서간문의 형식을 취해봤습니다. 그렇게 한 줄 두 줄을 쓰다보니 그럭저럭 채워지긴 하는군요. (치열함을 붙잡고 늘어지지 못하는 이런 태도는 선생님의 야단을 초래하는 말이겠지만) 하지만 이번 리뷰 형식으로 서간문을 고른 것은 잘 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되도 않는 소양지식으로 남의 리뷰나 발췌해서 쓰느니 솔직하게 느낀 저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이대로 그냥 덮어두긴 아까워 점심을 빨리 먹고 책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과 리뷰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의도와 사람들이 느끼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씩 높아짐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의아스러움은 점점 새로움이라는 감정으로 변하기 시작하는군요.

이 리뷰 초안을 쓰고 나서 퇴고를 위해 다시 읽어보니 고전문학에 못지 않게 현대문학 작품의 또 다른 모습, ‘신선함이랄까 독특함이랄까’ 하는 기억이 내 머리속에 남아 있는 걸 느낄 수가 있네요. 어느 한 곳에 흠뻑 빠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비교해 가며 서로가 가진 독특한 맛을 음미하는 것도 또 다른 문학적 미각을 자극하는 방법임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군요. 다음에는 어떤 문학작품을 추천해 주실까?를 기대하며 이만 마칩니다.

 

책에 대한 인디의 단편적 생각들.

  1. 사람들이 모두 이야기 한다. 왜 이 따위로 제목을 정했냐고.
    베로니카의 말투대로, 변역가는 ‘여전히 감을 못잡고 있구나’
  2. 맨부커상에 대한 수상 기준을 두고 수많은 작가들과 평론가 그리고 문학 에이전트들이 논란을 벌였는데, 이 책이 수상됨으로써 그 논란을 모두 잠재워버렸다. 그 정도로 이 책은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구나를 알게 됨.
  3. 확실히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은 다른 점이 있다. 그 차이점을, 나의 독력이 더 쌓여서 나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든다.
  4. 작가 줄리언 반스의 인터뷰 중에서를, 1부 제목은 Unrest (혼란), 2부 제목은 Great Unrest(대혼란)으로 지으려 했다는 글을 읽었는데, 확실히 그 제목이 훨씬 책의 컨셉과 의도에 부합하는 것 같다.
  5.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고 말한 저자의 역사에 대한 가치관이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많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6. 독자들은 주인공 토니가 주는 답답함과 한심함에 감정이입을 했지만 나로써는 그다지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맡겨 살아가는 평범한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는데. 또 그가 불러왔던 그 저주의 책임을 그에게 묻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 상황은 그저 그 나이에 아무말 없이 뱉은 것에 불과하고, 그것이 우연히(?) 실현되었지만 선택은 온전히 그들의 문제였으니까. 구지 죄를 묻자면 무지의 죄랄까.
    소년은 아무 의미없이 논두렁에 돌을 하나 던졌을 뿐인데, 온 개구리 부족이 모여들어 “너 때문에 우리 아빠 개구리가 죽었어. 책임져”라고 말하는 이솝우화 같은 느낌?
    그러고 보면 나는 확실히 책임과 윤리/도덕 그리고 이타적인 가치에 대해 무딘놈이긴 한가 보다.
  7. 리뷰들과 줄리언 반스의 인터뷰를 읽으며 느낀 점, 저자가 의외로 재미난 사람일 수도 있겠다라는 엉뚱한 생각이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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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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