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유혹을 떨쳐준 그 행복감

퇴근이 늦었다.
집으로 향하는 밤 공기가 차다.

집에 들어가보니 큰 녀석이 누워서 뒹굴뒹굴 TV를 보고 있다.
아빠가 다녀왔다는 말에도 시큰둥하다.

속상함을 떨치기 위해, 큰 놈에게 호떡이랑 오뎅을 사먹으로 나가자 한다.
그랬더니 좋아하는 TV 보기를 그만두고 바로 옷을 챙겨입는다.

나는 베란다에 모셔둔 싸이클을 꺼내 나서고
큰 놈은 씽씽이(일명 퀵보드)를 꺼내들고 아빠를 재촉한다.
내가 앞장 설테니 내 뒤를 따르라고.

아파트 단지의 풍광은 언제봐도 멋지다.
커다란 잎이 달려 있는 플라타너스와 샛노랗게 물들여진 은행나무는
역시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은은한 아파트 가로등이 그 풍광과 멋드러지게 어루러진다.

우리는 그 길을 달려나간다.
연실 따릉따릉 벨을 울려가며,
한 발로 열심히 씽씽이를 지쳐가는 큰 놈의 자그만한 등을 보며 따라간다.
그 등을 보는 내 마음에서 행복감이 넘쳐난다.

이런 사소함에서 행복감이 넘칠 줄은 몰랐다.
(TV프로그램, 오락, 친구들과의 술자리와 견줄 수 없는 기쁨이다)

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또는
일상의 예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작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유혹들을 많이 받는다.
때로는 작은 유혹들도 있고
때로는 다음날 후회하며 속앓이를 하는 유혹들도 있고
때로는 자책이 동반되는 심각한 유혹들도 있다.

어제 지하철 퇴근을 하며
그 큰 유혹이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지하철 역을 5정거장 이상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는
그 유혹을 떨치기는 참 힘들었다.

그 상황에서
무슨 생각이었던지
나의 첫 유니컨 수업에서 말했던
일상의 유혹을 넘어서는
더 크고 깊은 단계의 기쁨을 맛보라라는 메시지가 기억났다.

결국 그 메시지는 집으로 나를 이끌었고
나는 그 녀석과 함께 가을풍경이 멋지게 연출되는 산책길을 달리고 있다.

이 모든 생각들이
퇴근 후, 가을 늦은 밤에
큰 아이와 함께 호떡과 오뎅을 사먹으로 가는 그 길에서 떠 올랐다.
아직도 그 작은 등이 잊혀지질 않는다.
벨소리를 울리며 씽씽이를 타고 가던 그 작은 등이..
그리고 그 작은 등이 내게 주었던 그 행복감을…

제라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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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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