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의 가난이 준 두 가지 감정

그 나라의 가난을 알게 된 것은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후,
밖에 놓여진 큰 TV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 나라의 하늘은
우주에서 푸른 지구를 본 것과 같이 무척이나 푸르렀고
구름은 색칠한 듯한 또렷함이 느껴지는 그런 이국적인 푸른 하늘이었다.

고산지대가 없어 그 나라의 하늘은 지평선과 맞대은 풍광을 연출했다.
풍광 자체는 너무나 멋졌다.
그러나 그 앵글은 잠깐이었다.

거대한 쓰레기로 가득찬 한 지역을 씬이 전환되었다.
덤프트럭은 계속해서 쓰레기를 나르고 있었고
까만 피부에 피골이 상접해서 뼈만 앙상히 드러낸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 위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다.

다른 장면에서는
만삭의 임산부가 허리에 손을 얹고 커다랗고 검은색 쓰레기 봉투를
산타할아버지처럼 어깨에 둘러메고 쓰레기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임산부 뒤에는 아이가 업혀있혔는데 하염없이 울고 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인체..

나레이션 성우의 말로는 배가 고파 우는 거란다.
그렇게 그렇게 30분간을 봤을까..
도저히 고통스러워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이런 다큐가 처음이지도 않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이런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다.

한 가족이 저녁을 먹는데 천원이면 충분하다는데
나는 7천원을 주고 이 목욕탕을 왔으니 내가 얼마나 풍족하게 사는구나를 새삼 느꼈다.
매월 복지원 후원 기금으로 꼴랑 만원을 자동이체 해놓고
그나마 내 스스로 자위 했던
내 알량한 의식수준이 얼마나 저급했는가가 역겨워졌다.
내 스스로의 가치가 바닥으로 내 동댕이 처진 느낌이었다.
진심으로 역겨웠다.

마다가스카르의 불쌍함은 사라지고 그 곳에 분노라는 감정이 들어왔다.
해지했던 유니세프가 생각났다.
집에 돌아가 다시 후원계좌를 다시 복구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를 잊고 살아왔던 내 한심함의 무게가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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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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