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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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권을 덮고 난 후에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휴~’라는 탄식이었다. 400여쪽에 달하는 고전문학을 읽은 동력원은 ‘오기로라도 기한 내에 다 읽고 말리라’라는 비뚤어진 결심이었으니까.

1권을 읽는 내내 ‘왜 이 책이 독일 교양소설의 입문서로 평가된거지?’라는 물음과 함께 평가의 가치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지만 2권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야 그 대답을 찾은 듯 싶다.이 책은 내가 괴테를 만나게 된 첫 작품이라 괴테의 세계에 익숙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어쩌면 고전문학의 세계일 수도 있겠다)

1700년대에 씌여진 고전주의 문학 특유의 냄새도 냄새지만 상세한 묘사 덕택에 문장호흡이 길어져 가끔은 내용 파악이 어려웠고 3인칭 시점에서 기술되다가 갑자기 화자의 나레이션 장치가 나오는 부분은 낯설면서도 유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대 문호인 괴테여! 그대에게 미안함을 전하오. 세상에는 이런 비천한 독자도 있다오)

그렇게 지루하게 흘러가던 1권이 지나고 2권으로 들어서야 고전문학은 슬슬 재미를 풍기기 시작했다.특히 프리메이슨을 연상케하는 <탑의 모임>과 <수업시대>라는 수료증을 전하는 대목은 꽤나 인상깊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출생의 비밀들이 밝혀지는 책의 마지막 후반부는 <아내의 유혹>이나 <사랑과 전쟁>이 연상될 정도로 웃겼다.(이거 원, 막장형 아침드라마도 아니고, 무슨 이런 전개가…아주 웃겼다. 아주. ^^)

곰곰히 생각해보니 18세기의 사회적 배경으로 볼 때는 이런 예상치 못한 반전식의 전개가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이 우려먹는 이 패턴들이 1700년대에 이미 씌였다니 놀랍기도 하다. 이래서 고전의 힘은 위대하고 오래가는 것인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방황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삶의 여정을 적은 한 젊은이의 성장소설 정도가 되겠다. 여러 미디어에서 <교양소설> 혹은 <여성편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 키워드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살펴보자면..
첫째로 이 책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교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교양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아 자료를 찾아 보았다. 18세기~19세기 계몽주의 사상이 팽배해진 독일에서는 교양(Bildung)이 사회의 키워드였다고 한다.괴테,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등이 교양소설을 많이 썼는데쉽게 이야기 하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blog.naver.com/pdw9024/80189509386)

둘째로 <여성편력>이라는 키워드도 자주 발견됨.
여성편력을 다룬 연애소설로 한정될 수 있다는 일부 해석에 동의가 일지 않는다. 연애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행복감을 주는지 또 이성과의 교재가 자신의 사고와 삶의 지평을 넓여주는 경험적 도구로 꽤나 훌륭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터라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성과의 연애는 아주 중요한 삶의 경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장의 이야기의 주된 줄기로 연애를 선택한 괴테의 의도는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소설이 대중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를 생각했으니)
* 이런 부분에 대해 괴테의 삶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괴테는 이미 <문학계의 대단한 바람둥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연유에서 연애사는 괴테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겠구나’ 살짝 웃음이 나온다. (갑자기 이 바람둥이 노인네가 친근해 진다. ^0^)

마지막 책 장을 덮고 작품해설을 읽으며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떠올랐다. 연금술사에서는 상징과 은유를 통해 개인 성장의 이야기를 풀었다면 괴테는 귀족계혁사회 계급과 시민사회계급에 대한 사회가치상을 소설에 담아내었고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변화(낭만주의에서 고전주의 문학으로의 변모)와 철학도 녹여냈으며 여성편력이라고 칭해지는 연애사를 이야기의 흐름으로 채택한 것 등을 미루어 볼 때 여러 주제와 철학과 가치들이 버무려져 풍성하고 탄탄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문학사에 있어서 주목받아 마땅한 고전 중의 고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이런 리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1권을 덮고 난 후, 뱉었던 그 한숨에 비하면 이 얼마나 변화된 모습인가)

고전문학 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문학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대신 한 것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얻게 된 최고의 유용함이 아닐까 싶다.

괴테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낭만주의에서 고전주의 문학을 지향하는 모습의 형태가 어떻게 변모하는가을 엿보는 것도 좋았다. 소설 속의 빌헬름을 보면서 ‘왜 나는 좀 더 치열한 방황을 하지 못했나’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드리워졌다.

하지만 불안에 대한 방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중임을 깨닫는다. 가슴에 후려친 문구로 리뷰를 마친다.

네가 노력하는 만큼 방황하는 법이다. 너의 본성이 이끄는대로 따라라!

* 단편 생각 하나
낭만주의를 배우는 GLA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감수성과 자유추구가 지나친 낭만주의는 병이다’라고 이야기 했던 괴테의 문장. 낭만주의 캐릭터로 대표되는 미뇽과 하프타는 노인의 죽음이 이런 괴테의 생각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을까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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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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