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B

이 책의 저자 <이종태>씨는 책 서문에서 금융의 강화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독자들에게 이를 감안해 읽어주길 당부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비판적 기조가 자주 느껴진다. (사실 책 자체가 그렇다)
특정 독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단어 혹은 비유들도 꽤 많이 등장한다.

  • 한국이 외환위기를 통해 금융시장을 개방하게 된 것은, 부부가 이혼했는데 주변에 매력적인 이성들이 득시글거리는 상황
  • 미국 제조업에 비해 동남아시아 노동자는 상당히 싼데, 기업들이 마음껏 노동자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금융자본은 가난해진 대중을 다시 한 번 착취한다. 시민에게 대출폭탄을 안겨 이자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이는 상위 1%가 전세계 부의 반을 소유하는 금융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내 견지와 비슷하거니와 이성과 논리로 포장된 시니컬함이 내 취향과 잘 맞았다. 그래서 책은 흥미롭게 잘 읽혔다.

그 새끼들은 금융의 원리를 훤히 꿰뚫고 있으면서 큰 돈을 모을 줄 아는 재주를 가졌다.
금융이라는 단어로 멋지게 포장은 했으나 탐욕에 가까운 투기로 엄청난 부를 창출해낸다.
게다가 머리까지 비상해서 법까지 잘 피해간다.
그들은 세상 모두를 팔고 사는 금융자산으로 본다.”

#a.
영화 <더 울프 오프 월 스트리트>에서 주인공 <조던 벨포드>는 회사주소도 모르는 싸구려 주식을 청소부, 웨이트리스, 배관공, 빈민 노동자들에게 세 치의 혀를 굴려 팔아 제낀다.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고, 주가를 조작해 월스트리트 최고의 억만장자가 된다. 이 책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의 마지막 책 장을 덮는 순간, 영화의 주인공 <조던 벨포드>가 생각났다.

수업 커리큘럼의 두 번째 책인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에서는 금융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회현상들이 어떤 금융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조던 벨포드> 같은 새끼들의 탐욕과 이해관계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 줄곧 흑자를 내는 기업이 왜 그렇게 정리해고를 하지 못해 안달인가?
  • 시민의 반대와 여론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기업 민영화, 공공서비스 영리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 통상임금이 뭐길래 노사는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는가?

이 현상에 숨겨진 금융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경제와 정치/사회현상 물론, 올바른 정치적 선택도 불가능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이자 유용성은 바로 이 부분이다.

 

#b.
1부와 2부의 내용은 책 제목과 잘 부합한다. (특히 2장이 그렇다)
금융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특히 부정적으로)를 잘 설명하지만
마지막 장인 3부는 주제가 모호하고 앞 장과의 연관성이 다소 약해짐이 느껴진다.
마치 쉴새없이 골문을 몰아쳤던 전반전 이후
모든 것을 쏟아내 탈진한 선수들이 보여주는 지루한 수비축구를 보는 느낌이랄까.

 

#c.
그럼 본격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1부의 시작은 금융개방에 대한 이야기다.
IMF라 불리우는 외환위기가 한국만 덮친 것은 아니다. 비록 그 충격과 대처가 다르지만 선진국인 독일을 덮치기도 했고 남미도 덮쳤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인 태국, 말레이시아도 덮쳤다. (나중에는 그리스도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한다)

거대한 금융자본은 더 많은 탐욕을 위해 세계 국가들의 경제빗장을 열어제치길 원했는데 외환위기에는 이 배경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탐욕의 선봉장에는 IMF가 있었고.

초국적 금융자본을 가진 그 새끼들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구식 금융 테크닉으로는 자신들의 탐욕이 채워지질 않는다. 그깟 푼돈 거래로는 성에 차는 수익이 나질 않는단 말이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식거래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해서 노동자를 해고하고, 사업부문을 매각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기업 자체를 되팔아야 천문학적 수익을 벌 수 있다. 그러니 그 새끼들에게는 기업이 얼마나 흑자를 내는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는 전혀 알 바가 아니다.

신자유시대라는 금융은 지구촌을 장악했고 새로운 역사의 기록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 탐욕은 외환위기,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지만 그 결과는 온전히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치뤄야했다.
(영화 Big Short에서는 월스트리트의 탐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자본은 또 다시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형태만 다른) 또 다른 금융기법을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 <이종태>씨는
이 책 제목을 더 도발적으로 붙이고 싶어하질 않았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겨났다.

 

#d.
2부는 책 제목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한다. 첫째, 주주자본주의는 혁신의 대표주자인 애플과 같은 ‘테크 자이언트’들에게 끊임없는 주주배당을 강요한다. 주주배당을 강요한다는 말은 회사가 만들어 낸 이익을 더 높은 혁신과 R&D로 투자하기 보다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돌려주라는 걸 의미한다.

그 새끼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업가치를 올려서 팔아치울 궁리만 하고 있다. 인류애, 애국심, 사회헌신 그런 건 공염불에 가까운 소리다. (투자자들은 잡스가 살아 있을 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잡스가 죽자 본격적으로 주주배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평생을 급여자로 살아온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통상임금에 대한 이야기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한국의 샐러리맨/노동자들에게 시간외 수당을 주게 되거나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면
회사는 손실이 커지고 주주에게 배당될 이익은 낮아지기 때문에 통상임금을 낮추려는 교활한 짓을 시작한다.
(사족 : 그들에게 노동자는 이윤착취를 위한 수단이자 생산재일 뿐이지 상생이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런 의도를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청교도의 직업윤리를 들먹이며 내 탓이오를 연발하거나 자신의 부족으로 책망하는 짓은 우리 스스로에게 이롭지 않다. 오히려 그 우둔함이 한심해 보인다. 무식이 자랑은 아니듯이)

노동자들의 착취로 쌓아온 이윤은 사회에서 순환되지 않고 조세천국이라고 불리는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복수의 해외 법인을 세우고, 카드 돌려막기 마냥 법인매출을 이리 틀고 저리 틀어 법인세를 안내려 한다. (그래서 이 새끼들이 질적으로 나쁜 새끼들이라는 거다.) 애플과 구글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는데, 탈세에서도 여지없이 이 재능이 발휘된다.

그 다음은 키코 사태다. 키코 사태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어그로(분노)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워낙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을 (의도를 숨긴체) 팔면서 그 책임에 대해서는 나몰랑이다. 심지어 법원도 무혐의로 처분해 그들의 손을 들어준다. 3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우수한 중소기업 <동화산기>가 파생상품에 의해 파산한 사례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그 사장이었다면? 사장의 가족 중 한 명이었다면?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한순간에 거리로 나 앉아야 하냐고 울부짖지 않았을까?
가슴에 엄청난 한을 품은 채로 말이다. 금융을 알아야 할 이유가 더욱 자명해지는 순간이다.

 

#e.
네 번째로는 인프라 투자 즉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본주의 금융의 탐욕은 끈임없이 진화해 도로/교량/항만과 같은 공공 인프라까지 금융자산으로 삼았다.
이 민영화가 얼마나 고약한지는 주주투자주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잘 보인다. 인프라의 특성상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주주자본주의는 이 시간을 기다릴 생각이 없다. (애초부터 없었다)

인프라에서 생긴 수익을 인프라 시설에 재투자 할 계획이 없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자신들이 만든 금융투자사를 통해 부채를 만들고 수익의 우선을 부채 갚는 곳에 할당한다. 그리고 적자를 운운하며 법인세를 덜 내려는 교활한 지능을 발휘한다. 이는 돌려막기 조세회피 방법과 그 궤를 같이 한다. (MB 각하도 이 교활한 수법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지하철 9호선의 적자가 바로 그 예다.
투자자들은 메트로9을 시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가 아니라 부실할수록, 부채가 거듭될수록 주주들에게 더 많은 금융수익을 제공하는 금융투자대상으로 변모시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읽을수록 흥미로운 내용이 계속 전개되지만 3부는 다소 의아스럽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1부, 2부에 비해 김이 빠진 느낌이다.

 

#f.
3부의 첫 이야기로는 월스트리트 혁명이 등장한다. 2011년 월스트리트 혁명이라는 뉴스 보도를 접했을 때,
그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서야 그 배경이 이해됐다. 그러면서 무관심이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스로에게 들었다. 그 당시 나에게 올바른 경제관과 금융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다면 그들을 응원해 줄 수 있었을텐데.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었을텐데라는 푸념말이다.

 

#g.
이 책을 읽고 나면 거대한 고발 프로그램을 본 듯 한 느낌이 든다.
중세시대에는 신이 세계를 지배했고, 근대시대는 과학이 지배했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이 현대시대에는 금융, 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은 돈으로 움직이고 돈에 의해 움직인다.

자본주의의 원리가 작동하는 이 세계에서 내가 처하게 되는 현실은 무엇일까. 경기불황이라는 디플레이션 시대에서 어떻게 해야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어떤 실질적인 행동 플랜을 짤 수 있을까. 이 수업에서 고기 낚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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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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