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축제는 <잠언시집>
솔직히 말하자면, 시는 나의 삶에서는 거리가 먼 낯선 장르다.
학창시절 제대로 된 시집을 읽어 본 적이 없었고, 시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다.
내가 읽은 시라고는 교과서에 적힌 시나
혹은 화장실에 적힌 시, 문화센터에 휴게실에 적혀진 인용시가 전부다.
마지막 축제가 시집인것을 알았을때,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리뷰도 리뷰지만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솔직한 감정인것 같았다.
마지막 수업축제의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을 했다.
이 많은 시 중에서
어떤 시가 제일 처음 펼쳐질까를 궁금해 하며 펼친 시는 <해답>이었다.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거투르드 스타인)
너무나 강렬했기에
지하철의 플랫폼에서 그렇게 한 동안 오래도록 서 있었다.
시란 이런 강렬함이 있었던 것인가?
이 너댓줄의 강렬함에 대한 인상이 깊다.
이렇게 강한 한 줄이 표현되기 위해서는
쉬운 표현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쉬운 표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는 해설이 너무나 와 닿는다.
(시도 좋았지만, 읽기를 돕는 해설편도 좋았다)
관찰은 자기자신을 비우고
관찰자와 관찰대상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는 행위라는 그 정의는
아주 명료하고 깊음을 준다.
시집을 다 덮고 나서
이런 시라면 시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것만 같다.
책의 뒷편에 실린 <이문재 시인>의 해설편에서 밝힌 것처럼
잠언의 형식이라 더 마음에 끌렸던 것 같다.
마음에 든 시들은
저자들이 삶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아픔의 상처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것을 아주 쉽게 표현한 것들이다.
나 자신을 비우고 돌아보게 하는 교훈을 느낄 수도 있었고
관계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으며
와우를 진행하는 내내 궁금해 하면서도 떨치기 쉽지 않았던
조바심에 대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 관심사의 영역에 대해서도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시의 간결함과 그 창발성에 대해서도…
프리젠테이션의 대가들과 인문학의 대가들은 항상 고전과 시를 읽으라 말하는데,
그 이유를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알것만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평온해지고 머리속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느꼈다.
<시>는 많은 비유와 은유 탓에 굉장히 어렵고 난해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없어진 것도 좋았지만
내 마음과 육체의 에너지장이 변화됨을 작게나마 경험하게 된 것이 더 좋은 소득이었다.
인문학 만큼이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 <시> 소중하게 가꿔가고 싶다.
<사랑은>
사랑은 주기전에 사랑이 아니라는 글귀에서
아내에 대한 내 사랑의 표현방식을 반성하게 되고
<성장한 아들에게>
주말 저녁 아이가 놀아달라는 그 요청을 모른체 했었는데,
세월이 너무 쏜쌀같이 흘러가 놀아주고 싶어도 더 이상 곁에 없는 아들에 대한 글귀는
내 눈을 적셨다.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완벽주의자가 되려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말은
내가 와우와 프라스미스를 통해 얻은 가장 강렬한 교훈인
<시행착오>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했으며
<수업>
예수님의 메시지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을 보시고
우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반성이 일었다.
현재 나의 모습과 과거의 나의 모습을…
<인생의 계획>
이제 난 안다.
또 다른 계획서가 나에게는 최상의 것이었음을…
이 문구에서 <인생의 불확실성>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모든 것>
그 위대한 정상을 가기 위한 비결.
그 비결을 은유적으로 써 놓은 이 문구가 멋있게 느껴졌다.
<해답>
이 해답은 내 가슴에 가장 깊숙이 칼을 꽂은 강렬한 싯구였다.
이 싯구에 대한 내 느낌과 생각들을 표현하기가 힘들정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