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의 대화

2012년 한국엔 캠핑바람이 불었다.
불황이니 뭐니 해도, 아웃도어에는 인색치 않고 가계부를 과감하게 열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도시에서만 자란 와이프는 캠핑에 대한 로망이 있어 우리 가족도 그 광풍에 합류하게 되었다.
올해 몇 번을 다녀왔고, 그로 인한 비용 지출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이 되면 아버지는 나와 내 동생을 데리고 계곡 혹은 강가로 우리 둘을 데리고 다니셨다.
그 당시 원주 근교에는 훌륭한 내천이 많아서
지금처럼 꼭 유원지를 찾지 않아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멋진 캠핑지가 널려 있었다.
(사실 그 시절에는 캠핑이라는 단어와 개념자체가 없었다)

우리 두 형제는 물에서 놀고, 달슬기도 잡고, 파리낚시도 하고 참 여러가지를 하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꼭 닭백숙을 해주셨다는 기억이 꼭 난다.
왜 닭백숙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싸면서도 몸보신을 시킬 수 있는 게 그것이었을게다.
그러면 나랑 동생은 그걸 또 먹고
쉴새 없이 물과 텐트를 오가며 놀았었다. (지금 제라드와 준후가 그랬듯이)
그렇게 그렇게 내 초등학교 시절의 캠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물에서 수영을 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작은 삼각텐트 앞에서 앉아
한없이 우리를 지켜보셨던 기억 밖에는…
캠핑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 장면 밖에 없다.

한 번은 물가에 텐트를 쳤었던 적이 있는데
비가 새차게 들이쳐 걱정이 되던 때였지만,
나와 내 동생은 아랑곳 않고 자고 있었다.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일어나보니
아버지는 랜턴을 키고 텐트 밖을 지켜보시며 밤을 세운 적이 있었다.
(지금도 술을 드시고 그 무용담을 이야기 하신다.)

그 캠핑의 추억은 내가 초등학교 때였을때니 아버지는 대략 30초반의 나이였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아버지의 삶들이 당연히 그랬을테지만,
항상 자식들을 안위를 걱정하며 사셨던 것 같다.
그도 한창인 나이의 사내였을텐데,
나는 아버지가 여가를 지내는 모습을 거의 본적이 없다.

40대를 바라보는 나이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물가에서 수영을 하며 노는 나의 두 아들, 제라드와 준후를 모습을 지켜볼 때 마다
물가에 앉아 나를 지켜보셨던 그 아버지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난다.
그는 그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갖고 싶은 것이 많았을텐데…
그 생각이 너무도 자주 난다.
너무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아들이 청년시절의 아버지랑 만나
둘이 캐치볼을 하며
눈빛으로 대화를 하는 라스트 씬이 아주 인상적인 영화다.

나도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제라드와 준후의 아버지로써 그 시절로 돌아가 30대인 아버지와
그 텐트 앞에서 소주를 한 잔 곁들이며 묻고 싶다.
요즘 행복하세요?
두 아들은 귀여우세요?
혹시 하고 싶으신 게 있으세요?

나중에 죽어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면 간청하고 싶다.
그와 대화를 할 수 있게
그 시절로 돌려 보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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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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