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가장 기억에 남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언젠가부터 그 분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매년 그 분을 생각하며 이름을 외웠었는데…

나름 그 분은 나를 이뻐해 주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웬일인지 더 말을 많이 건네 주시기도 했고
촌스럽고 지저분한 나를
가장 잘살기도 하고 똑똑한 전교회장 여자친구 옆에 앉혀놨으니 말이다.
일부러..
그것도 자신의 책상 바로 앞에 있는 앞 자리에.

그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뭘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영화의 장면처럼 단 한가지 씬(scene)만이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 걷는게 참 많았다.
반공회비 걷기
불우이웃성금걷기
평화의 댐 건립기금 걷기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명분이 그리도 많은지..
매주 걷었던 것 같다.

한 번은
매번 그랬듯이 100원씩 전 학생들이 다 냈어야 했는데,
조회시간에 다 걷혔는지를 선생님이 체크해 보다가
나만 안낸 것이 확인되었고
그 이후 선생님은 마대자루로 나를 때리셨다.

초등학생 6학년, 13살짜리 밖에 안되는 남자아이를 마대자루로 팼는데..
(때렸다기 보다는 팼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기억된다)
한참을 패시고는 100원을 주번에게 던지셨다.
이걸로 처리하라고 하시면서…

나는 교실밖 복도에서 한참을 울며 손을 들고 서 있었고
전교학생회장인 내 짝궁은
또 다른 성금을 걷어 아래층에서 올라오다 울고 있는 나를 보면서 교실로 들어갔다.

지금은 그때의 그 기억에 대한 감정이 그냥 담담하다.
화도 그렇고, 창피함도 그렇고, 서러움도 그렇고…
모두 담담하다. 그냥 그저그렇다.
이게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다.
나는 한동안 그 선생님의 이름을 매년 외우다가
어느새인가 그 이름이 잊혀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 마음속에 증오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게 용서를 통한 내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나는 내가 다시 찾아가 뵙고 싶은 은사가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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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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