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하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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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오르한 파묵은 평생동안 동서양의 문명이 충돌하는 위치에 서 있는 자신의 조국, 터키에 대한 정체성을 끊임없이 껴앉고 살았으며 그 생각을 표현한 작품인 <하얀 성>은 결국 그에게 터키 최초의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를 안겨다 줍니다. 제가 읽었던 <하얀 성>을 쓴 작가, 오르한 파묵을 설명하는 것으로 리뷰 아닌 리뷰를 시작합니다. (리뷰로 부적절함은 나중에 따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읽게 된 이유는 인문정신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을 위해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었고 그 끌림에 감흥하여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1985년에 출판되었지만 소설의 배경은 16세기의 오스만 제국을 배경으로 씌여졌습니다. 동서양의 차이와 이해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소설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이 책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주인공을 통해 동서양의 자체를 모색하는 동시에 이해하고자 하는 작품이며,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느냐에 관한 자기성찰적인 소설이다’라고 옮긴이가 책에 대해 두 줄로 평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태어나 우연히 이스탄불에 잡혀와 노예가 된 책의 주인공과 주인공과 너무 닮은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사람이 서로에게 배우고 영향을 주며 닮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누구의 생각이 먼저이고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을 정도로 서로는 서로에게 닮은 꼴 이상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서로의 신분을 바꿔 서로가 태어난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마쳐지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입니다. 그 과정에서 <왕자와 거지> 혹은 영화 <광해>에서 사용되었던 서로가 바뀌는 분신모티프가 적용되었습니다.를 사용했습니다.

작가 오르한 파묵은 터키의 정체성을 다룸과 동시에 <나는 왜 나인가?>라는 메시지를 주인공을 통해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했던 삶을 살게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도 같이 던지고 있지만 파묵은 책에서 그 대답을 말해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책은 제게 어려웠습니다. 어렵다는 의미는 책의 의미, 파묵이 껴앉았던 <나는 왜 나인가?> 라는 핵심적 질문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책의 줄거리를 읽어 냈지만, 사실 책의 분량은 많지도 않고 푸르스트처럼 난해하게 씌여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알랭 드 보통처럼 골때리는 문체도 아니기에 책은 무난히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안하셔도 좋겠습니다.

<나는 왜 나인가?>라는 질문처럼 무겁고도 어려운 철학적 명제가 또 어디있겠습니까?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서는 원문과 해설서를 읽으면 이해되었던 경험들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지요. (<모든 것은 빛난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허무가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핵심 질문이 내 삶과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거든요)

다른 문학작품을 읽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얀 성>을 읽은 후에도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와 그 화두를 붙잡기 위해 이 책을 읽었던 많은 네티즌들의 리뷰를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리뷰들 조차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세계의 문을 열어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의 글도 피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파묵이 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울림에 반응한 글들은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의 이 생각을 더 오래 붙잡고 그 의미를 더 분석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현재의 문학적 역량으로는 더 이상의 의미 발견도 실패할 것 같다는 타협의 심리가 발동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리뷰가 아닌 내 마음 속의 아쉬움을 정리하는 노트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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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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