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지금 이 순간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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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의 나이에 키는 190cm가 넘고 직업은 없으며 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 유일한 일거리인 주인공 바솔로뮤. 바솔로뮤에게는 특별한 어머니가 있습니다.
바솔로뮤의 어머니는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들 바솔로뮤를 리처드 기어로 착각해 ‘리처드’라고 부를 정도로 빅 팬이었습니다.

현실에서는 무능하고 별 볼일 없는 아들이 <리처드 기어>인척을 할 때는, 병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가 더 많이 기뻐하고 웃게 되니 바솔로뮤는 <리처드 기어>인 척하는 놀이를 계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바솔로뮤는 혼자 세상에 남겨집니다.
바솔로뮤가 살아가며 겪는 성장을 그린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의 행운>입니다.

한 남자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 형식은 이색적입니다.
바로 이 책의 특징(메타포)을 나타내는 <리처드 기어>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지요.
소설 전체로는 긴 이야기지만 <리처드 기어>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단편단편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왜 이 소설이 <리처드 기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참신한 도입부 뿐만 아니라 스토리 구조도 훌륭해서 이 책이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은 대단합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바솔로뮤 주변에는 저마다 깊은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진행해 갑니다. 책 마지막 반전은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이 반전은 놀라움이라는 느낌 대신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켜 주더군요. (줄리언 반스의 <얘감은 틀리지 않는다>보다 더 예상 못한 반전이었습니다.)

책 장을 덮고 나자 ‘<따뜻함>이라는 느낌은 이런 느낌이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책 표지와 뒷면에 씌여진 찬사에도 이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많이 반복되는군요.
이 소설을 쓴 <매튜 퀵>이라는 작가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원작자이기도 하며, 이 책 역시도 헐리우드에 판권이 팔렸기에 조만간 영화화 되는 걸 볼 수도 있겠습니다.

우주에는 행운과 불운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불행이 일어나면 어디선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행운이 일어나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불행을 견딜만하다.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을 베풀 수 있으면 말이다.
이것이 저자가 전하고 싶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며 책 제목인 ‘지금 이 순간의 행운’입니다. 바솔로뮤 엄마의 철학이기도 하지요.

주인공 바솔로뮤는 자기 내면에 있는 주체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행동도 어리숙해서 사회에서는 저능아, 실패자로 비쳐지는 캐릭터인데 부족함이 많은 바솔로뮤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정상적인) 사람들 역시도 각자만의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솔로뮤는 리처드 기어가 달라이 라마와의 가르침을 받은 소식을 듣고 리처드 기어가 배운 ‘연민과 자비에 대한 가르침’을 실천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책에는 천주교 사제인 신부가 등장하고 주인공 바솔로뮤가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티벳의 종교 이야기도 다루지만 종교감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오지는 않습니다. 지혜롭게 이야기로 잘 풀어갈 뿐이지요.

매주 주말이 되면 새로운 신혼부부들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매일 교대역에 있는 가정법원에서는 수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합니다.
누군가를 해고를 당할 때 누군가는 승진 축하파티를 하고, 어떤 이들은 유산 문제로 싸워 갈라서지만 어떤 가족은 주말이 되면 도시락을 싸고 돗자리를 챙겨 야구장으로 향합니다.
어떤 남자는 새끼 강아지를 쓰레기 봉투에 넣고 버리지만 어떤 남자는 추워서 벌벌 떨며 굶어죽어가는 불쌍히 여겨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 옵니다.
구호단체들은 어린아이들을 더 살리려고 구호물품을 보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연일 맹포격을 가해 연일 수천명을 죽이고 있습니다.

바솔로뮤 어머니의 철학인 ‘지금 이 순간의 행운’을 믿든 믿지 않든 이 모든 양극의 일들은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입니다. 세상을 믿도 끝도 없이 무조건 따뜻함으로 바라보자라는 태도보다 훨씬 교훈적이고 따뜻함이 들어있는 이야기 책, 한 권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바솔로뮤의 절친 맥내미 신부가 한 멋진 말을 하나 적어 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견딜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해. 이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그게 전부거나 최종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지나가는 하찮은 변수일 뿐이라고 마음으로 쭉 믿어야 해.
매일 우리 삶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들 위에 더 큰 목표가 있어, 이유가 있어” (p189)

바솔로뮤는 맥내미 신부님이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메세지가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올 휴가를 떠날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지치고 힘든 우리의 가슴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해 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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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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