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조절력에 대한 고찰, 감정편

ACT 1 :
내가 좋아했던 (의식)행동으로 나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하기 바쁘며 상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릴줄만 아는 그들이,
오전에 내게 말했던 그 말들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때 이런 말로 되받아칠껄, 아~ 왜 참았지?’
‘이렇게 말해서 확~ 쥐잡듯이 잡았어야 했는데… 왜 안했지?’
‘야~이 개새끼야! 누군 성질이 없어 참고 있냐. 쌍욕과 함께 책상을 확 엎었어야 했는데, 왜 못했을까?…’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낮에 벌어졌던 그 상황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곳에서 계속 재현됩니다.
그로 인한 내 감정의 상태는 금세 바닥을 치는 것은 물론이고 내 자조력은 바닥을 드러냅니다.

지금 내 상태가 바닥이라는 상황을 인지하게 되자
자조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립니다.
정신을 환기시키기 위해, 내가 좋아했던 행동들을 하나 둘 씩 합니다.
분리해 두었던 레고를 꺼내 1,000개 이상의 부품을 천천히 다시 조립을 합니다.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 놓고, 욕조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조용히 비틀즈의 Blackbird를 듣습니다.
어지러웠던 책상과 방안을 청소하고, 책장에 꽂혀져 있는 이름모를 책들을 정리해 분리수거를 합니다.
씽크대에 쌓여있는 설겆이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든 그릇들을 깨끗이 씻어 한 쪽 켠에 쌓아둡니다.
그리고 만들었던, 내가 치웠던 그것들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한결 기분이 낫습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행동들을 해봄으로써
나를 지배하고 있는 감정의 불순물들을 가라앉음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 행동을 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감정의 불꽃들은 너울거리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너울거림은 천천히 가라 앉습니다.

하지만 감정의 강도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행동으로 진화가 될 수도 안 될수도 있음도 같이 경험했습니다.

ACT 2 :
마음의 주파수 다이얼 돌리기.

다음날에도 여전히 어제와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프로젝트 막바지가 다가옴에 따라 하루하루가 힘들어 집니다.
위에서 설명한 똑같은 패턴으로
나의 자조력이 떨어지고 나의 감정은 점점 바닥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차분히 심호흡을 하면서 자꾸자꾸 의도적으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내가 좋아했던, 내가 즐거웠던 그 기억들을 계속 생각하고 떠올립니다.
가족들이랑 같이 갔던 그 해외여행의 추억.
싸이클을 처음 사고 한강을 달렸던 그 상쾌한 로드길.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바삭바삭한 그 치킨 맛.
대학시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의 19세금지 추억들.

처음에는 짧게 짧게 끊어지기 일수였던 그 의식의 전환들이 하면 할 수록 조금씩 길어짐을 느낍니다.
산에 오를 때 – 산 밑에서는 별의별 생각이 다들지만 막상 정상에 다다를때면 잡념들이 사라지고 호흡소리만 남게 되는 경험이 있어 나는 종종 산을 오릅니다 – 느꼈던 그 경험들이 다시 느껴집니다.

그러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그 분노와 감정에서 내가 조금 자유로와져 있음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리노님이 생각났습니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 다이얼을 자유자재로 돌릴 줄 아는 나의 스승님이.

ACT 3 :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다 터뜨리기

오늘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몇 번이나 뒤척입니다.
지난 5개월간 참아오던 내 감정이 드디어 터졌습니다.
낮에 발생한 그 순간은
앞서 기술했던 ACT1, ACT2를 인지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지나쳐 내 감정이 그만 터져버렸습니다.

내일 그들과의 담판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 담판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그들이 해왔던 그 과오들을 어떻게 조리있게 설명해서 그들을 제압할지만 떠오릅니다.

잠을 쉽게 이룰 수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끝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 끝이 어떻게 끝날지.
그 끝에 대한 망상들이 <사랑과 전쟁>처럼 끊임없이 떠오르고 펼쳐집니다.

주먹다짐이 나올지, 지체배상금으로 법정소송으로 가진 않을지, 권고퇴직이 나오지 않을지 등등
막장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진흙탕 시나리오가 머리속에서 마구마구 써지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다이얼을 돌리려해도 돌려지지가 않습니다.
마치 파워핸들처럼 돌려도 돌려도 고정되지 않고 자동으로 원래 위치로 돌아가 버립니다.
지금 이 밤에 다른 무언가의 행동을 할 엄두도 상황도 아닙니다. 내일을 위해서는 자야합니다.
나는 그렇게 그렇게 불안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뒤척이며 그 밤을 보냈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편치가 않고
내 스스로 내 얼굴이 굳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의 담판 미팅이 끝난 후,
지옥과 같았던 지난 5개월에 대한 힘겨움을 대표이사와의 면담에서 털어놓았습니다.
말을 하는 내내, 감정에 휩싸여 산파조로 들려지지 않도록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담담한 어조로 그간의 경과들을 설명하고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하마터면 울컥해서 울뻔했습니다.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니 내가 너무 억울하고 불쌍해서.
침묵의 표현으로도 이야기 하고, 담담한 어조로도 이야기 하고 이래저런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을 나누었습니다.
솔직한 마음들을 표현했습니다.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에 대한 저주와 욕이 아니라…
이 상황에 놓여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과 생각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하는 말하고 있는 나의 생각과 느낌들을…

다 쏟아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후련하다는 느낌이랄까요.
방금전까지는 숨이 턱턱 막히고 피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져 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이렇게 다 털어놓고 나니 지금은 아까와는 다른 느낌이 다릅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일 때,
내 감정이 쉬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
ACT1/ACT2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때는
최후의 처방으로 이 방법을 쓰는 것도 효과가 있음을 체험했습니다.

Finale
처음에는 단순하게 자조력에 대한 행동지침을 쓰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놓여진 현재의 상황에서 이를 한 번 적용해보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발칙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조력에 대한 컨트롤 능력향상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생각들을 온전히 글로 적어보는 것 만으로도
성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카페 한 켠에 앉아 은은한 조명 밑에서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글을 적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있었던 달콤한 육체적 유혹도 취소하고, 회사의 중요한 행사도 마다하고…
오늘부터, 이 시간 이후부터
항상 감정에 영향을 주는, 자조력에 영향을 주는 조기신호가 울리면
이 3단계의 점진적 솔루션을 의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그 솔루션을 떠올리고 현재에 맞는 대처법을 꺼내 실천하는 것.
그것이 최근에 일상을 실험무대로 삼아 고민한 자조력에 대한 단상입니다.

About the author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Add comment

indymiae

글쓰기를 통해 내적 평안함을 얻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솔하게 글을 쓰는 중입니다.

Categories

Tags